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마크롱, 베트남 방문 '에어버스 계약' 성사…美 관세 압박 속 '프랑스 영향력' 강화

글로벌이코노믹

마크롱, 베트남 방문 '에어버스 계약' 성사…美 관세 압박 속 '프랑스 영향력' 강화

항공기 20대 구매, 원자력·철도·백신 협력 등 '다방면 성과'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지지…美-EU 무역 갈등 '변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5월 26일 하노이에서 토 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5월 26일 하노이에서 토 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을 방문하여 미국의 관세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프랑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26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하노이 방문 기간 중 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 20대 구매를 포함한 다방면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약 10년 만에 이루어진 이번 마크롱 대통령의 베트남 공식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6월부터 유럽연합(EU) 상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직후에 이루어져 더욱 주목받았다.

이는 27개국 EU 회원국과의 무역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조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역시 미국산 상품 구매를 늘리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으며, 자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46%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베트남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면서 유럽의 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 기간 동안 체결된 주요 계약에는 베트남 저가 항공사 비엣젯(VietJet)의 A330neo 광폭동체 항공기 20대 구매 계약이 포함되었다. 이는 지난해 체결된 제트기 20대 계약에 이은 추가 계약이다. 이 외에도 양국은 원자력 에너지, 철도, 에어버스 지구 관측 위성, 사노피 백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언론 발표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자주 충돌하는 베트남에게 민감한 사안인 '항행의 자유'에 대한 프랑스의 지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한 베트남과의 파트너십이 "국방 협력 강화"를 수반한다고 언급하며 국방 및 우주 분야 여러 프로젝트 체결 사실을 확인했다.

루옹 끄엉 베트남 대통령은 이번 국방 파트너십이 "전략적 문제에 대한 정보 공유"와 방위 산업, 사이버 보안, 대테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 패배 후 철수할 때까지 약 70년간 베트남을 통치했으나, 최근 수십 년 동안 양국 관계는 꾸준히 개선되어 지난해에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포함하는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의 첫 번째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화요일 하노이의 한 대학을 방문한 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로 이동할 예정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유럽 관리들은 베트남이 백악관에 양보할 때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해 왔으며, 특히 에어버스 계약과 관련하여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분석 회사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베트남 항공기 시장의 86%를 점유하고 있는 주요 공급업체이다.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에어버스 디펜스 역시 베트남과 지구 관측 위성 협력을 위한 별도의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는 2013년 발사된 베트남의 기존 지구 관측 위성을 대체하기 위한 오랜 논의의 결실이다.

미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베트남은 국영 항공사인 베트남 항공과 경쟁사인 비엣젯이 최소 250대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양국 관계자들은 이러한 대규모 구매 계약이 미국과의 막대한 무역 흑자를 줄이고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 EU 관계자는 "베트남은 미국의 요구에 응하는 과정에서 유럽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이러한 조치가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EU와의 긴밀한 관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