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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조선공사, 한·중 조선소와 10억 달러 신조선 발주 협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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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조선공사, 한·중 조선소와 10억 달러 신조선 발주 협상 본격화

국영 해운 대기업, VLCC·컨테이너선 최대 6척 발주 검토
에너지 안보 및 해운 자립화 목표…글로벌 조선시장 파급 효과 주목
비네시 쿠마르 티아기(Binesh Kumar Tyagi) 인도조선공사(SCI) 회장 겸 전무이사. 사진=에너지 및 환경 재단이미지 확대보기
비네시 쿠마르 티아기(Binesh Kumar Tyagi) 인도조선공사(SCI) 회장 겸 전무이사. 사진=에너지 및 환경 재단
인도조선공사(Shipping Corporation of India, SCI)가 10억 달러(약 1조3781억 원) 규모의 신조선 발주를 위해 한국 및 중국 조선소들과 협상에 나섰다고 트레이드윈즈가 지난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발주에는 확정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2척과 최대 16,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이 포함된다. SCI의 이 같은 행보는 인도 정부의 해운·조선산업 육성 전략과 맞닿아 있으며, 특히 한국 조선소들과의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 인도, 해양 강국 도약 위한 대규모 투자


인도 정부는 에너지 공급 확보와 해운 산업 자립화를 위한 대규모 정책을 추진 중이다.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현재 원유 수송을 외국 선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2040년까지 112척의 자국산 유조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100억 달러(13조781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1단계로 79척, 그중 30척은 중거리 유조선(MR)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인도 정부는 현재 5%에 불과한 자국산 유조선 비중을 2030년 7%, 2047년에는 69%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또한 인도는 4000억 달러(약 551조400억 원) 규모의 해양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최소 1000척 이상의 신조선 발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해운·조선 산업의 자립을 위해 기술 이전, 조선소 스마트화, 금융 지원, 인력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진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SCI는 보유 선박의 국적 비율을 높이고 외국 선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조선 또는 중고선 매입을 병행해 추진한다. 현재 SCI가 보유한 118척 중 컨테이너선은 2척에 불과해, 대형 컨테이너선과 중소형 컨테이너선 모두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

이번 신조선들은 연료 효율성, 친환경성(이중연료, LNG 추진 등), 최신 화물 적재 시스템 등 첨단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또한, 발주 선박은 모두 경험 많고 신뢰할 수 있는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하며, 국제 환경규제(BWTS, 탄소 배출 등)도 충족해야 한다. SCI는 이번 발주를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원유·화물 운송 역량을 확보하고 인도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 한국 조선 기술력, 인도 해운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


인도 해운부는 2025년 9월까지 150개 프로젝트 완수를 목표로 하고, 자립적 해양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에 따라 인도는 2047년까지 세계 5대 조선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400만 GRT 추가 건조 역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예산안에서는 대형 선박을 인프라스트럭처 마스터리스트(HML)에 포함하고, 조선금융지원정책 개편, 10년간 원자재 관세 면제 연장 등 조선·해운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책이 강화되었다. 코친조선소 등 국영 조선소와 글로벌 조선소 간 협력(MOU 체결 등)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SCI와 인도 정부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의 3대 조선소와 신조선 발주 관련 협력을 적극 추진 중이다. 최근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대표단(항만해운수로부 차관, 코친조선소 CEO, SCI 회장 등 포함)은 한국 조선소 경영진과 연속 회동을 가지며, 최소 1000척 신조선 발주와 관련된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 범위는 단순한 선박 발주를 넘어 기술 이전, 투자 및 금융 지원, 조선소 스마트화, 인력 교육 등 전방위적이다. 인도는 한국 조선소의 초대형·특수 선박 건조 기술력, 친환경 선박 설계, 대량 생산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는 인도 시장에서 장기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 협력을 통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SCI의 첫 10척 발주는 이르면 2025년 상반기 중 확정될 전망이며, 명년 3월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장관의 방한이 예정돼 있어 양국 간 협력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도 한국 조선소들은 인도 시장에 진출해 FSRU,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박을 수주한 경험이 있다.

인도의 대규모 선박 발주는 글로벌 조선 시장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한국 조선소들은 이미 LNG 운반선, VLCC,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의 신조선 발주가 본격화되면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가뭄 해소와 슈퍼사이클 재진입에 결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SCI의 10억 달러(약 1조3781억 원) 신조선 발주와 인도 정부의 대규모 해운·조선산업 육성 정책은 인도 해운산업의 자립화, 에너지 안보 강화, 글로벌 조선강국 도약이라는 국가 전략과 맞닿아 있다. 한국 조선소와의 협력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기술·금융·인력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SCI의 신조선 발주와 한-인도 조선 협력의 구체적 진전이 전 세계 해운·조선 시장에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