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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알래스카 LNG 개발 '급물살'…美, 韓에 '관세 연계' 참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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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알래스카 LNG 개발 '급물살'…美, 韓에 '관세 연계' 참여 압박

글렌펀, 호주 월리와 손잡고 사업 속도…2025년 최종 투자 결정 목표
美, 경제·안보·패권 '다목적 카드'로 활용…韓엔 '관세 연계' 참여 요구
브렌던 듀발 글렌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 바이 S&P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S&P 글로벌이미지 확대보기
브렌던 듀발 글렌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세라위크 바이 S&P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S&P 글로벌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주 개발사인 글렌펀 그룹이 신규 엔지니어링 계약자로 호주 월리(Worley)를 영입한 데 이어 프로젝트의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단순한 에너지 개발 사업을 넘어 한·미 관세 협상의 주요 의제로까지 부상하는 등 미국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보여준다고 업스트림 온라인 등 외신이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월리는 LNG 개발 사업의 파이프라인 부문에 대한 추가 엔지니어링과 최종 비용 산정 작업을 담당하고, 이미 완료된 엔지니어링 자료를 보완하고, 최신 비용 추정치를 산출해 올해 안에 최종투자결정(FID)에 필요한 상세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 알래스카 LNG 사업 본궤도…글렌펀, 파트너·자금 확보 총력


글렌펀에 따르면 월리는 이미 업무에 착수했고, 주요 과업 중 하나는 올해 말로 전망되는 가스관 부문 최종투자결정을 앞두고 파이프라인 예상 비용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월리는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쿡 인렛 게이트웨이 LNG 수입 터미널의 우선 엔지니어링사로도 선정됐고, 글렌펀의 알래스카 LNG 전반에 대한 프로젝트 수행 자문 역할도 맡는다.

월리는 알래스카에서 60년 이상 엔지니어링, 조달, 건설, 운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고, 현지 원주민 기업(NANA Regional Corporation)과의 합작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글렌펀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알래스카 LNG 지분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을 찾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프로젝트 실행 역량을 보완하고 전문성을 더할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추가 자본 유치와 사업 리스크 분산,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위한 조치다.

현재 글렌펀은 알래스카 LNG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 11년간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가 나머지 25%를 보유하고 있다. AGDC는 앞서 이 프로젝트 총비용을 440억 달러(약 60조5748억원)로 추산한 바 있다.

◇ 美, LNG 프로젝트 밀어붙이는 3가지 이유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강력한 추진 배경에는 복합적인 미국의 국가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총사업비 440억 달러에 이르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807마일(약 1300㎞) 길이, 42인치(약 106㎝) 직경의 파이프라인으로 남부 니키스키의 연간 2000만 톤(tpa) 규모 액화 시설로 옮겨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격적인 수출은 2031년부터로 예상되고, MMBtu당 10달러 수준의 단가 적용 시 연간 매출 100억 달러(약 13조7640억원)가 기대된다.

첫째, 경제적 이익과 함께 알래스카 지역 경제 활성화다. 1970년대부터 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원유 생산량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알래스카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앵커리지 등 남부 인구 밀집 지역의 가스 공급원이었던 쿡 인렛 가스전 고갈이 임박해 새로운 가스 공급원 확보는 알래스카의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하다.

브렌던 듀발 글렌펀 CEO는 "쿡 인렛의 가스 생산 감소는 알래스카의 에너지 안보뿐 아니라 미국 국가 안보와 군사 대비태세에도 위협이 된다. 파이프라인 개발과 FID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둘째, 북극권 패권 전략의 핵심축이다. 알래스카는 냉전 시대부터 대규모 군사 시설이 들어선 전략상 요충지로, 앞으로 중요성이 커질 북극권 개발을 위해서도 LNG를 매개로 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백악관 역시 지난 4월 9일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서 북극 항로 안보와 리더십 보장을 위한 전략 개발을 언급했다.

셋째,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을 뒷받침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연간 생산 목표량 2000만 톤은 최근 미국 전체 LNG 수출량의 20%를 웃돈다. 본토의 셰일가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운데, 알래스카산 LNG는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산 LNG를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알래스카는 미국 전체 천연가스 매장량의 18%를 차지하지만, 생산 비율은 2%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 관세와 연계된 투자 요구…한국의 셈법 복잡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최근 한·미 관계에서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3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한국·일본 등이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참여해 수조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어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 2월 워싱턴DC에서 조현동 주미대사를 만난 데 이어, 지난 3월 말에는 한국을 방문해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회동했다.

특히 지난 4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당시 권한대행과의 통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고 "훌륭한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히며 무역 불균형, 관세, 조선업, 방위비 분담금과 함께 미국산 LNG 구매와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사업 합작투자를 관세 협상의 의제로 직접 거론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2단계로 건설할 예정이다. 1단계는 노스슬로프에서 앵커리지 인근까지 765마일(약 1231㎞)에 걸쳐 가스를 공급한다. 2단계는 쿡 인렛 해저를 통해 알래스카 LNG 수출 시설까지 추가로 42마일(약 68㎞) 구간을 건설하고 압축설비를 더하는 작업으로, LNG 수출 터미널 건설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월리의 엔지니어링 보완과 비용 산정이 완료되면, 글렌펀은 2025년 내 FID를 내릴 계획이다.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은 알래스카 내수용 천연가스 공급과 미국 LNG 수출 경쟁력 강화, 에너지 안보 확보에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핵심 엔지니어링 계약과 파트너 물색이 본격화하고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미국의 강력한 추진 의도와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참여 요구가 맞물리면서 앞으로 관세 협상 등 복잡한 국제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막대한 투자 규모와 사업 불확실성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