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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따라간다'…457조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한국에 문 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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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따라간다'…457조 실리콘밸리 큰손들이 한국에 문 연 이유

국민연금-6대 VC 투자협력 체결…a16z "서울 사무소 연 건 한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서"
연금은 '장기 전략'으로 방점…세계 3대 연기금의 신중한 셈법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과 남미 순방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과 남미 순방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725(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계기로, 세콰이어캐피털·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등 실리콘밸리 최상위 벤처캐피털(VC) 6곳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들과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표면적 숫자는 화려하다.

그러나 이 자리의 실체는 '큰돈이 오갔다'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왜 지금 한국을 겨냥하는지, 그리고 세계 3대 연기금이 왜 흥분 대신 '장기 전략'이라는 표현을 택했는지에 있다.

6곳의 '킹메이커'가 한자리에


현지시간 25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밋업'에 모인 인사들의 면면은 이례적이다. 코슬라 벤처스 창업자 비노드 코슬라,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공동창업자 배리 에거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A) 공동대표 토니 플로렌스, 세콰이어캐피털 파트너 알프레드 린, 제너럴 캐털리스트 대표 헤먼트 터네자, a16z 제너럴파트너 마틴 카사도가 나란히 앉았다.

이들이 키운 기업 목록이 곧 이들의 무게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세콰이어는 애플(1978)과 엔비디아(1993), 구글(1999)에 초기 투자했고, a16z는 인스타그램(2010)과 메타(2011), 방산 스타트업 앤듀릴(2019), 코슬라 벤처스는 2019년 오픈AI에 초기 자본을 댔다. 현재 세계 빅테크·AI 지형을 만든 초기 투자자들이 대한민국 국가 정상의 초청으로 모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안보 동맹을 넘어선 '기술·혁신·스타트업 동맹'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의 자본과 시장에 접근하고, 미국 투자자와 혁신기업이 한국의 기술·제조·인재 생태계와 연결되면 양국은 향후 30년을 함께 만들 혁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세대 삼성·현대·SK·네이버를 함께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들이 밝힌 한국의 매력…'하드웨어·제조'


주목할 대목은 VC들이 직접 밝힌 '한국을 보는 이유'. 이는 정부 보도자료가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된 발언들이다.

가장 구체적인 건 a16z의 카사도였다. 그는 "올해 초 한국 서울에 처음으로 사무소를 개설했다. 그 이유는 한국이 전략적으로, 또 기술적인 부분에서 너무나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하드웨어와 제조 역량을 미국의 소프트웨어·AI와 결합한다면 분명히 한미 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16z가 올해 서울 사무소를 낸 것은, 이번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이미 한국을 동아시아 거점으로 재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슬라는 "벤처투자는 결국 인재를 따라간다""인재가 있는 곳으로 우리는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발표할 수 없는 다양한 비밀 프로젝트가 로보틱스 분야에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최상위 투자자가 한국을 로봇·피지컬 AI의 실제 개발 거점으로 삼고 있음을 공개 석상에서 시인한 셈이다.

제너럴 캐털리스트의 헤먼트 터네자도 "한국은 자동화와 로봇 분야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고, 라이트스피드의 배리 에거스는 "한국은 세계적인 기술 인재와 제조 기반을 갖춘 국가"라고 평가했다.

공통 키워드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제조·인재'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 년 쌓아온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이제 한국 기술 인력과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신뢰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흐름은 이번 행사 이전부터 조용히 진행돼 왔다. 최근 몇 년간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한국계 딥테크 스타트업이 꾸준히 늘었고, 세콰이어·a16z 같은 top VC들이 이들 초기 라운드에 발을 담그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연금은 왜 '장기 전략'이라고 못 박았나


이번 MOU의 또 다른 축인 국민연금의 태도는 오히려 냉정했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총 운용자산 규모 3130억 달러(457조 원)6VC, 자산규모 1690조 원의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만나 한미 스타트업 투자 협력을 논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규모만 보면 '메가딜'이지만, 협약 문구는 신중했다. MOU에는 "국민연금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통해 혁신 기술 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목표로 장기적인 벤처캐피털 투자 전략을 수립 중"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즉시 대규모 출자'가 아니라 '장기 전략 수립 중'이라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국민연금이 이미 샌프란시스코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며 관계를 쌓아온 점, 그리고 이번이 갑작스러운 베팅이 아니라 축적된 네트워크의 공식화라는 점이다. 표현 하나하나가 즉각 대규모 출자 기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첫째, 이번 MOU는 자금 집행이 아니라 '통로 개설'이다. 구속력 있는 출자 규모나 일정은 명시되지 않았다. MOU 자체를 실적으로 오독하지 않는 것이 출발점이다.

둘째, 진짜 수혜는 반도체·로봇·딥테크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큰손들이 공통적으로 한국의 하드웨어·제조·엔지니어 역량을 지목한 만큼, AI 소프트웨어보다 반도체 후방 생태계와 피지컬 AI(로봇·자율주행) 분야가 자본 유입의 1차 관문이 될 공산이 크다.

셋째, 국민연금의 해외 벤처 노출 확대는 장기 성과와 별개로 환율·밸류에이션·유동성 리스크를 동반한다. 해외 비상장 자산은 구조적으로 이 세 위험에 노출되며, 연금이 '장기 전략'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속도보다 방향'을 확인하라는 신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