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중국 학생들의 미국 체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하겠다고 지난 28일 말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됐거나 핵심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같은 조치는 미국 내 27만7000명 이상 중국 유학생들의 거취를 위협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중국이 미국 교육 시스템을 이용해 기술과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며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미국 대학들은 혼란에 빠졌다. 시카고대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22세 왕쯔쯔는 “여름방학 동안 중국에 다녀오고 다시 미국에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며 “이제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YT는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전국 각지에서 중국 유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이 보복을 우려해 실명 공개를 꺼렸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거나 단순한 교통위반만으로도 비자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UNC)에서 박사과정 지원을 준비 중이던 24세 유학생 엘은 “3월과 4월에 우리 학교에서만 유학생 6명의 비자가 취소됐다”며 “누가 다음 차례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중국 유학생 비중은 국제학생 전체의 약 25%에 달하며 이는 인도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공립대학들은 이들의 높은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교수진은 연구 조교로서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있다. 남가주대(USC)에서는 전체 4만7000명의 재학생 중 중국 학생이 약 8분의 1을 차지한다.
캐럴 폴트 USC 총장은 “우리의 국제 학생들은 트로이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며 지금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밝혔다.
비자 취소 조치가 발표된 뒤 일부 유학생은 미국 체류 자체를 포기하고 캐나다, 유럽, 홍콩 등으로의 진학이나 취업 계획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위를 마친 22세 졸업생 잭은 “박사과정은 최소 5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비자 취소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원 자체가 두렵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소규모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23세 타일러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학생들을 잠재적 간첩으로 취급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대부분은 정치와 무관한 중국 중산층 출신”이라고 말했다.
UC버클리에 재학 중인 장훙셴은 “미국은 모든 것을 받아주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완전히 달라졌다”며 “국가 간 교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UCLA 신입생 토니는 “타협의 카드로 우리가 활용되는 것 같다”며 “관세 전쟁이 끝나자 유학생을 향해 칼끝이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교육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중국 내 SNS에서는 미국 유학을 재고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 간 학술 교류 및 연구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