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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 갈등 격화...제네바 협상 성과 무력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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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 갈등 격화...제네바 협상 성과 무력화 우려

미국, 중국에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항공기 기술 수출 중단 지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통제 유지...관세 넘어 첨단기술로 갈등 확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025년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중국과의 무역 회담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025년 5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중국과의 무역 회담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긴장이 관세를 넘어 반도체 설계 및 제트 엔진 제조 등 첨단 기술 분야로 확산되면서 이달 초 제네바에서 이뤄진 양국 간 합의가 무력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케이던스, 시놉시스, 지멘스 EDA 등 미국 전자 설계 자동화(EDA) 기업들에게 중국에 대한 기술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케이던스와 시놉시스는 지난 목요일 중국 관련 새로운 수출 제한에 대해 재무부로부터 서신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미국 기업들이 중국 국영 항공우주 제조업체 코맥(Comac)에 자체 개발 C919 항공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제품과 기술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일부 허가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닉 마로는 "이는 미·중 관계에 있어 제네바 휴전을 훼손하는 측면에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점점 더 미·중 마찰이 관세에서 벗어나 경제 관계의 더 어려운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네바 회담은 이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고위급 양자 회담으로, 보복 관세 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추가 수출 통제 조치로 양국 간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중국 국장 댄 왕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수출 통제가 제네바 회담 이후 "명백한 긴장 고조"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칩 설계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의 기술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이 시장 지위를 활용하고 있다"며 "미·중 기술 부문의 디커플링은 관세 협상 상태와 관계없이 장기화되고 점점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품, 장비, 서비스에 대한 수출 통제를 칩 제조 및 인공지능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한 지렛대로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22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행정부는 일부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제트 엔진 분야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 파트너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수 있다고 영국 항공 정보 회사 OAG의 아시아 책임자 마유르 파텔은 분석했다. 여기에는 엔진 분야에서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 항공우주 회사 롤스로이스가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립 항공 분석가 리한밍은 "중국에는 엔진 회사가 있지만, 적절한 설계 없이 엔진을 바꾸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중국 상무부 대변인 허융첸은 제네바 회담 이후 중국과 미국이 다양한 수준에서 소통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잘못을 즉각 시정하고, 중국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며, 제네바 고위급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공동으로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기술 및 방위 부문 제조업에 중요한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형태로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제네바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4월 2일 이후 미국에 대해 취해진 비관세 대응조치를 중단하거나 해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은 지금까지 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로는 "중국은 이 분야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을 계속 압박할 수 있는 분야"라며 "일화적으로 일부 회사에 대한 라이선스 절차가 여전히 매우 까다롭고 잠재적으로 파생 제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