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 원칙과 방위 장비 도입 자유, 재정 여력과 운영 부담도 주목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 모하마드 토니 하르조노는 지난달 27일 "방위 장비 도입은 단순히 사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방위에 맞는지와 국가 사이의 정치 관계 등 여러 조건을 함께 살핀다"고 밝혔다. 토니 참모총장은 "인도네시아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비동맹 나라로,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런 외교 정책 덕분에 방위 장비 도입에서 자유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 샤프리 샤소에딘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인도네시아 공군 조종사를 J-10 전투기 훈련과 방위 장비 생산 시설 평가를 위해 중국에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글을 올렸다가 곧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국방부 장관의 게시물 삭제가 무기 도입을 둘러싼 국내외 정치적 민감함을 반영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 중국산 J-10C 전투기 42대 도입까지 검토하면서, 동남아시아 군사 균형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10C는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로, 파키스탄이 2022년부터 20대를 운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 전투기가 자국 공군의 노후 전투기(F-5E/F 타이거 II) 대체에 알맞은지 살피고 있다. 프랑스 매체 인텔리전스 온라인(Intelligence Online)과 아시아태평양 방위저널 등도 인도네시아의 J-10C 도입 검토 사실을 보도했다.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국가의 전투기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다. 이미 라팔, F-16, 수호이 등 여러 기종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기종 도입이 유지·운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에서는 "여러 나라의 전투기를 함께 운용하면 부품 조달, 정비, 조종사 훈련 등에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무기 도입 결정은 국방부 정책, 정치적 고려, 기술·경제적 요소를 함께 따져 이뤄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국방 예산으로 83억 달러(약 11조 4800억 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전투기 등 주요 무기 도입에 투입되는 예산이 상당하다. 토니 공군참모총장은 "모든 조건을 신중하게 살핀 뒤에야 공군은 구매 결정을 국방부에 올린다"고 밝혔다. 또 "아직 정부의 공식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며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비동맹 정책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의 J-10 전투기 훈련 파견 발표와 게시물 삭제는, 비동맹 외교 원칙과 방위 장비 도입의 자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무기 도입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나, 인도네시아가 중국과 서방 양쪽의 무기를 함께 운용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남아시아 군사 균형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