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태양 재현할 초고성능 중앙 솔레노이드 10년 연구 끝에 핵심 구조물 공개
18m 자석 보호할 자기 외골격 등 초정밀 기술력, 미국 기업 8곳 협력 결실
한국, 초전도 도체·진공 용기 등 핵심 부품 조달로 '글로벌 핵융합' 주축 역할 지속
18m 자석 보호할 자기 외골격 등 초정밀 기술력, 미국 기업 8곳 협력 결실
한국, 초전도 도체·진공 용기 등 핵심 부품 조달로 '글로벌 핵융합' 주축 역할 지속

태양의 에너지를 지구에서 재현하려는 이 기념비적인 노력의 핵심 부품인 초고성능 중앙 솔레노이드 자석이 최근 미국에서 프랑스 ITER 건설 현장으로 성공적으로 운송되었다고 기후와 에너지 등을 주로 다루는 서스테이너빌리티 타임즈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에 보내진 초전도체 자석은 높이만 무려 18미터로 '괴물'이라는 별명과 함께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핵융합의 심장 '중앙 솔레노이드', 그 기술의 경이로움
핵융합 반응은 수억 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가둬 핵융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중앙 솔레노이드이다. 6개의 개별 자기 모듈로 이루어진 이 자석은 각 모듈의 무게만 약 120톤에 육박하며, 핵융합 시 발생하는 상상 초월의 강력한 힘을 견뎌야 한다.
서스테이너빌리티 타임즈에 따르면 솔레노이드는 '자기 외골격(Magnetic Exoskeleton)' 또는 '케이지(Cage)'라고 불리는 견고한 지지 구조로 둘러싸여 있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수석 엔지니어 데이비드 밴더그리프는 "이 견고한 지지대가 없이는 솔레노이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핵융합 기술의 복잡성을 드러낸다. 이 외골격은 반응 중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을 견디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
국제 협력의 정수...미국 기술력의 집약체
중앙 솔레노이드의 지지 구조 제작은 국제 협력과 기술 혁신의 상징이다. 총 8개의 미국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특히 펜실베이니아의 슈퍼볼트(Superbolt)사는 어셈블리를 극한의 힘으로부터 고정하는 기술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장 큰 난관은 케이지의 중추를 이루는 27개의 수직 연결 부품, 즉 타이 플레이트(Tie Plate)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었다.
길이가 약 15미터에 달하는 이 타이 플레이트들은 하단 기초 블록을 상단 기초 블록에 연결하여 솔레노이드 주변에 빈틈없는 구조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엄격한 공차를 맞추면서도 완벽한 직선을 유지해야 하는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됐고, 연구팀은 특수 단조 기술을 사용해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이는 ITER 프로젝트를 이끄는 혁신 정신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립 박차 가하는 ITER, 한국의 역할도 주목
현재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ITER 시설에서는 중앙 솔레노이드의 최종 조립이 한창이다. 6개 모듈 중 4개가 이미 설치됐으며, 나머지 2개는 연말까지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 팀이 10년간 공들여 작업해 온 거대한 프로젝트의 정점을 의미한다.
중앙 솔레노이드 설치는 ITER 프로젝트의 중요한 이정표지만, 2040년까지 핵융합로를 완전히 가동하기 위한 여러 단계 중 하나일 뿐이다. 한국 역시 ITER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ITER 한국사업단을 중심으로 핵심 부품 개발 및 조달에 기여한다. 한국은 초전도 도체, 진공 용기, 블랑켓 차폐 블록 등 ITER 건설에 필수적인 다양한 장치를 성공적으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핵융합 에너지 실현을 위한 글로벌 협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ITER 프로젝트는 유럽 연합 회원국 전체,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 등 3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용 핵융합로이다. 당초 55억 달러로 예상됐던 예산은 현재 약 240억 달러로 급증했지만, 50MW의 에너지로 500MW의 에너지를 생산해 핵융합 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려는 목표는 변함없다. 지연과 예산 초과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청정 에너지의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ITER 프로젝트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희망의 등불로 빛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