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행정부, 중국 학생 비자 '공격적 취소' 선언... 27만 7000명 영향권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행정부, 중국 학생 비자 '공격적 취소' 선언... 27만 7000명 영향권

루비오 국무장관 "중국 공산당 연계·핵심 분야 학생 대상"... 하버드대 입국 금지 조치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 대학교의 전경.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 대학교의 전경.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 비자를 대규모로 취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고등교육계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현지시각) 국무부의 이번 조치가 미국 캠퍼스 내 277000명의 중국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중요한 분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포함한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또한 중국과 홍콩에서 온 사람들의 "앞으로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려고 비자 기준을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미국은 군사력을 늘리고, 정보 수집을 하고,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려고 중국 공산당이 미국 대학을 이용하거나 미국 연구 지적 재산이나 기술을 훔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불안한 휴전 협정이 깨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중국이 지난달 맺은 90일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비난했는데, 이 합의는 중국 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145%에서 30%로 잠깐 줄였다.
◇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 입학 차단... 법정 공방 시작

이번 조치의 구체 사례로 하버드대학교가 표적이 됐다. 크리스티 L.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하버드대학교의 외국인 학생 입학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노엠 장관은 하버드가 "반미, 친테러"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중국 공산당의 준군사 단체 구성원을 받아들이고 훈련시켜 중국 공산당과 협력한다고 비난했다.

하버드대학은 유학생 입국 금지 조치에 법적 이의를 제기했고, 매사추세츠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잠깐 막았다. 유학생은 하버드 학생의 4분의 1 넘게 차지하며, 그 중 가장 큰 비율은 중국인이다.

국무부는 대학 캠퍼스 내 시위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루비오 장관은 일부 학생과 방문 비자를 포함해 약 300개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비자 취소가 바로 추방을 불러오지는 않지만, 개인이 미국을 떠날 경우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

올 가을 하버드대학 입학을 계획하고 있는 상하이 출신 20세 에린은 "이제 미국의 국경 정책이 충분히 안정한지에 대한 진짜 의문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버드 신입생들의 그룹 채팅에서 많은 학생들이 당황하고 있으며 몇몇은 이미 학교를 그만두고 대신 영국에서 선택지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책의 동기가 국가 안보 우려를 넘어섰다고 암시했다. 그는 정책 전환이 또한 "미국의 천재성"을 알리려고 외국 학생들의 지위를 미국 학생들과 견줘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는 "우리는 이 나라의 모든 시민이 일자리를 찾든, 주택을 찾든, 도움이 필요할 때 정부 혜택을 찾든, 지구 전체와 경쟁해야 하는 정책을 미국에서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 중국 '천재 계획'과 미국 심사 강화의 딜레마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해외에서 교육을 받은 자국 학생과 학자를 본국으로 되돌아오게 하려는 노력을 강화했다. 중국 정부는 이들 해외 유학 출신 인재들을 '하이구이(海龜·바다거북)'라고 부르는데, 바다거북이 알을 낳기 위해 고향 바다로 돌아오는 습성에서 따온 말이다. 베이징은 이들 귀국 인재를 산업과 기술 경쟁력 확보의 핵심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베이징과 지방 정부는 해외 화교 인재를 끌어들이려고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해외에서 값어치가 높은 중국 인재에 대한 자료를 쌓고 주택과 급여 혜택을 주는 표적 뽑기를 벌이고 있다. 중국 전역에는 '유럽 반도체 귀국자 인재 창업 공원', '해외 화교 학생 개척자 공원'과 같은 이름의 인재 중심 산업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사업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008년에 시작된 천재 계획(Thousand Talents Plan)으로, 주로 해외 중국인 전역에서 최고의 과학, 학술과 기업가 인재에게 돈 혜택을 준다. 공식 국가안보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미국 의원들은 이 프로그램이 중국이 미국의 돈 지원을 받는 연구를 빨아들일 수 있게 했다고 주장하는 쟁점이 됐다.

천재 계획에서 돈을 받는 것이 본래 불법은 아니지만, 검찰은 보조금 규정을 어기고 미국 연구 기금을 받으면서 중국 프로그램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은 수혜자를 사기와 세금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2020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류마티스 전문의인 송궈정(Song Guo Zheng)은 미국 국립보건원 보조금 신청서에 천재 계획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아 거짓 진술을 한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37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중국의 '민군 융합' 전략(민간 부문의 혁신과 군사 개발을 합치려는 중국의 노력)과 연결된 대학에서 공부하거나 돈 지원을 받은 중국 학생을 금지하는 규칙을 만들었다.

수십만 명의 중국 학생을 가려내는 것은 어려운 과제이며, 대학이나 소속 정당에 바탕한 이분법 판단으로는 개별 배경의 미묘함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과 국가 간의 애매한 관계와 민군 소속에 대한 애매하고 종종 넓은 정의는 개인의 위험을 평가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치 지위 역시 분석하기 어렵다. 1억 명이 공산당에 속해 있는데, 이는 사상 헌신의 표시라기보다는 경력 승진을 위한 실용 경로로 여겨진다.

그 결과, 규칙은 불투명하게 적용되고 경우에 따라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장기 미국 거주자를 포함한 일부 학생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재입국을 거부당했으며, 많은 학생들이 중국군이나 연결 기관과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세계 갈등과 협력 연구소의 타이 밍 청(Tai Ming Cheung) 소장은 "내가 보기에 새 행정부는 훨씬 더 넓은 정의를 내리고 있다""행정부가 '핵심 분야'에 종사하는 학생들이나 '중국 공산당과 연결된' 학생들을 어떻게 알아내려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아직 못했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세계 차이나 허브 부국장인 키치 랴오(Kitsch Liao)"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지적 재산을 훔치거나 기타 스파이 활동을 돕고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하려고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이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인가 하는 것"이라며 "이 접근법이 잘못되면 많은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랴오 부국장은 중국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아버지인 첸쉐센(Qian Xuesen)을 언급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제트 추진 연구소의 창립 팀이었다. 그는 돌아가서 중국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세우는 것을 도왔다.

지난 30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전형적 매파 성향의 하원 선출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움직임을 규탄하며 증거에 바탕한 접근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표적 없는 차별 정책을 통해 모든 중국 학생들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가치를 해치고, 공포 문화를 퍼뜨리고, 반아시아인 증오를 부채질하고, 우리 제도를 약화시키고, 중국 공산당을 포함한 우리 적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