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부과와 철회를 반복하는 ‘관세 급변’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은 제품 전략을 바꾸거나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고용 조정에 나선 업체도 적지 않다는 것.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기타 이펙터 제조업체 어스퀘이커 디바이스의 줄리 로빈스 최고경영자(CEO)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기업의 대량 멸종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짓을 해서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괄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는 90일간 상호관세(맞불관세)를 유예한다고 밝혔고 이후에는 중국산 스마트폰과 일부 전자제품을 예외로 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달에는 중국과 90일간의 상호관세 철회에 합의했으나 같은 달 말에는 미국 내 생산을 하지 않는 스마트폰 업체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한 관세는 내달 9일까지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혼란은 하루 간격으로 법원 판단도 뒤집히면서 더 커졌다.
지난달 말 미국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의 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했다며 위법 판결을 내렸으나 이튿날 항소심 법원이 이를 일시 정지시켰다.
이런 정책 혼란 속에서 직격탄을 맞은 것은 중소기업들이다. 고급 오디오 장비를 제조하는 맨리 랩스의 이브애나 맨리 CEO는 “중국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인데 중국이 미국 제품에 맞불관세를 부과하면서 타격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중국 수입업자들과 수십년 간 쌓은 신뢰가 무너졌다”며 “매출이 전년 대비 19% 이상 감소했고 개발 예산은 동결됐다. 직원 근무시간도 25% 줄였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잭 리텀 분석가는 “틈새 제품을 만드는 소규모 브랜드들이 특히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전역의 중소기업 경기를 가늠하는 전미독립사업연맹(NFIB) 중소기업 낙관지수는 지난 4월 1.6포인트 하락하며 2개월 연속 51년 평균치를 밑돌았다.
유연한 조달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고령층을 위한 동반자 로봇을 개발하는 인튜이션 로보틱스의 아사프 개드 전략책임자는 “우리는 장기 계획에 따라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제조 라인을 이전하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혼란을 계기로 ‘모든 것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지 말자’는 교훈을 다시 되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기기 제조사처럼 제조 이전이 어려운 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착용형 수유 보조기기를 생산하는 윌로의 사라 오리어리 CEO는 “중국에서 생산하던 산후 회복 제품은 관세 탓에 수출을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는 원가에 여유가 없는 구조라 관세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혼란 그 자체”라며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