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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증시, ‘美 자본’이 삼켰다… AI 슈퍼사이클에 시총 23%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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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증시, ‘美 자본’이 삼켰다… AI 슈퍼사이클에 시총 23% 보유

미국 투자자 대만 주식 6680억 달러 보유 ‘사상 최고’… 10년 전 대비 지분율 2배 육박
TSMC 지수 비중 40% 돌파, 글로벌 시총 7위 등극… ‘포스트 차이나’ 수출 시장 재편
타이베이 101번지 내부에 있는 대만증권거래소 본사 외관, 섬에서 가장 높은 건물. 사진=대만증권거래소이미지 확대보기
타이베이 101번지 내부에 있는 대만증권거래소 본사 외관, 섬에서 가장 높은 건물. 사진=대만증권거래소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이 대만 증권거래소를 미국 자본의 핵심 투자처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이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대만 주식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양국 경제의 밀착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각) BNP 파리바와 미국 재무부 통계(TIC)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현재 대만 전체 시가총액의 약 23%에 해당하는 6680억 달러(약 890조 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10년 만에 지분율 13%→23% 급증… 일본 이어 아시아 2위


미국 자본의 대만 증시 영향력은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10년 전 13%에 불과했던 미국인 지분율은 현재 23%까지 치솟았다. 윌리엄 브랫튼 BNP 파리바 아시아 태평양 현금 주식 연구 책임자는 "미국의 대만 주식 보유 비율은 현재 기록적인 최고치"라며 "이는 AI 촉진자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슈퍼사이클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은 아시아에서 일본(약 1조2500억 달러 보유, 시총의 15%)에 이어 미국 자본이 가장 많이 투입된 시장이 되었다. 특히 지난해에만 약 120억 달러의 신규 미국 자금이 유입되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 TSMC가 곧 대만 증시… 미국 자산운용사 지분 35% 차지


대만 증시의 이 같은 성장은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TAIEX)에서 반도체 섹터는 전체 시장 가치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그 중심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있다. TSMC는 지수 내 비중만 40%를 넘어서며 대만 경제의 절대적인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주주 구성 면에서도 미국과의 결속은 견고하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뱅가드 그룹, 블랙록, JP모건 등 미국의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TSMC 지분의 약 35%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AI 데이터 센터 투자가 대만 반도체 및 관련 하드웨어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대만 증시 시가총액은 2026년 2월 말 기준 약 3조9000억 달러로 확장되어 영국을 제치고 세계 7위에 올라섰다.

◇ 수출 대상국 1위도 중국서 미국으로… 26년 만의 역전


자본 시장의 밀착은 실물 경제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기준 미국은 중국 본토와 홍콩을 제치고 1999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되었다. 이러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대만 경제는 2025년 8.63% 성장하며 15년 만에 가장 빠른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잠재적 리스크이기도 하다. 브랫튼 연구 책임자는 "미국 투자자들의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미국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반전될 경우 대만 시장은 거센 매도세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국 산업계와 금융 시장에 주는 시사점


대만 증시의 ‘미국화’와 AI 주도 성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 및 자본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TSMC가 미국 자본과 결합해 독주 체제를 굳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자본 유치를 위한 거버넌스 개선과 HBM 등 차세대 기술 우위 확보가 절실하다.

대만이 ETF 시장 활성화와 반도체 집중 전략으로 미국 투자자를 끌어들인 것처럼, 한국 증시도 글로벌 지수 내 비중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과 대만의 경제적 결속이 강해질수록 중국의 압박 또한 거세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중·대만 간의 복잡한 공급망 역학 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수출 및 투자 전략을 유연하게 수립해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