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싱크탱크로 유명한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당선인에 대한 논평에서 “이 당선인이 공정한 책임 추궁과 경제 안정이라는 국내 현안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와의 어려운 통상 협상 속에서도 한미동맹 유지에 외교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당선인은 과거 진보 성향의 민생 중심 정치인이었으나 이번 대선에선 무당층과 중도 유권자를 겨냥해 보수적 메시지를 강화하며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섰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27일 마지막 TV토론에서는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며 “이를 실질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미 간 ‘조용한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일부 보수층과 중도 유권자들은 이 당선인의 중도 행보를 ‘실용’이 아니라 ‘기회주의’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지난달 18일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외교·안보의 기둥이지만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아선 안 된다”며 중국·러시아와의 우호 관계 유지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지난 4월 25일에도 “한·미·일 협력은 중요하지만 특정 진영에 일방적으로 얽매여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선임연구원은 이 당선인의 외교 노선에 대해 “가치 외교를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실용 외교 기조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외교라인 구성과 정책 방향도 관심사다. 이 당선인은 지난 2022년 대선에서도 위성락 전 외교관을 외교 자문으로 영입하며 외교안보 정책에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왔다. 당시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린 ‘한국을 위한 실용적 비전’이라는 기고문에서 그는 “대립적 외교는 한국의 국익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이 당선인의 외교 핵심이다. 북핵 위협과 인도·태평양 지역 긴장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안보의 가장 강력한 보루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안보 공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주요 민주국가와의 외교 협력도 유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에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당선인은 중국과의 교역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외교를 구사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도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조정할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이 당선인은 ‘신중한 관여’를 택했다. 그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설치, 군 통신선 복원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과의 관계 복원 의지와 맞닿을 수 있지만 북측의 호응 없이는 진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 한·미 관계에서 핵심 쟁점은 통상 협상과 방위비 분담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당선인이 양국 무역협정에서 성과를 낼 경우 국내 정치적 정당성을 높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다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미국이 일방적 요구를 고수할 경우 이 당선인이 중국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국방부는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유연성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을 대중(對中) 견제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이에 대해 “국익을 우선시하고 대만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자주국방 강화를 요구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오랜 과제였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당선인이 실용주의를 앞세워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북한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들과의 관계도 개선하려는 노선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균형 외교가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중심 외교와 맞물리면 새로운 동맹 협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