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반도체 前 CEO "2800억 달러 칩법, 1987년과 동일한 실패작"
이미지 확대보기◇ 1987년 세마테크 10억 달러 투입했으나 성과 미미
로저스는 1982년 설립한 사이프러스 반도체를 2018년 매출 28억 달러, 직원 5846명 규모로 성장시켜 2020년 독일 인피니언에 100억 달러(약 13조 6600억 원)에 매각한 인물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1987년 반도체 산업협회가 일본 기업들의 위협을 이유로 세마테크 컨소시엄 설립을 추진했으나, 실제로는 업계 복지 제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세마테크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10억 달러(약 1조 3600억 원)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인텔, AT&T, 모토로라 등 14개 대기업이 참여했으나, 높은 회비 때문에 중소 반도체 기업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 로저스는 "세마테크의 가장 해로운 프로그램은 차세대 칩 제조 장비를 회원사가 아닌 기업보다 1년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내 세마테크 비회원 기업들에게도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로저스는 "어머니는 위스콘신주 오슈코시에서 초등학교 5학년 교사로 일하며 연봉 2만 5000달러(약 3416만 원)을 받았다"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 중 하나인 칩 회사들이 왜 어머니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돈을 빼앗아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 현재 칩법도 동일한 문제점 내재
로저스는 현재 추진 중인 칩과 과학법도 세마테크와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산업협회는 이번에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나, 중국 최대 웨이퍼 파운드리 기업인 중국국제집적회로제조의 기술 수준은 파운드리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의 제조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한국(25%), 대만(22%), 중국(22%) 순으로 제조 점유율이 높다. 그러나 승부를 가르는 첨단 칩은 대부분 대만과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로저스는 "엔비디아 한 기업의 가치가 3조 4000억 달러로 540억 달러(약 73조 700억 원) 가치의 중국 최대 칩 제조 기업보다 63배 크다"며 "자체 칩 생산조차 하지 않는 기업이 이런 가치를 인정받는 현실에서 왜 제조업 지원 정책을 반복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반도체 산업의 핵심이 제조에서 설계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 등 핵심 기능을 위해 1000억 개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칩을 설계하는 기업들이 단순히 실리콘 웨이퍼에서 상용 칩을 생산하는 기업들보다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오늘날 고성능 컴퓨터 100대를 하나의 칩에 담을 수 있다"며 "정부가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잘못 예측했기 때문에 이러한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