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침체와 중국 업체 공세, 헝가리 정부 대규모 지원에도 정책 방향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 SK·삼성SDI, 생산·매출 줄고 적자 전환
한국의 SK그룹과 삼성SDI도 헝가리 현지에서 생산과 매출이 모두 줄었다. 현지 언론과 업계 자료에 따르면 SK그룹 코마롬 공장은 지난해보다 생산이 36% 줄었고, 삼성SDI 괴드 공장도 20% 감소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44억 유로(약 6조8000억 원) 매출을 올렸으나, 5850만 유로(약 908억 원) 적자를 냈다. 전년도 같은 기간 7460만 유로(약 1158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SK그룹도 2023년 11억4000만 달러(약 1조5400억 원)에서 지난해 9억8500만 달러(약 1조3300억 원)로 매출이 줄었고, 1800만 달러(약 244억 원) 흑자에서 5310만 달러(약 720억 원) 적자를 냈다.
헝가리 배터리 부문의 전체 매출은 21% 줄어 2조5000억 포린트(약 9조6000억 원)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유럽 각국이 전기차 구매 지원을 줄이고, 중국 업체가 헝가리 현지 투자를 늘린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특히 삼성SDI 괴드 공장의 가동률은 2024년 말 기준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 해고 이어지고 정부 지원 방향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 나와
실적이 나빠지면서 일자리도 줄었다. 삼성SDI는 헝가리 이반차와 괴드 공장에서 234명을 내보냈고, SK온도 99명을 감축했다. 임시직 노동자도 계약이 끝나면서 대거 일터를 떠났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해고 통보 의무를 피하려고 한 번에 29명씩 나눠서 해고하는 방식도 쓰였다.
헝가리 정부는 지금까지 배터리 산업에 수천억 포린트(수조 원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유럽 전기차 공급망의 중심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실제로 삼성SDI 괴드 공장에는 8960만 유로(약 1200억 원), SK온 2공장에는 9000만 유로(약 1200억 원), 3공장에는 2억900만 유로(약 2800억 원) 등 대규모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마르톤 너지 경제개발부 장관은 최근 "국가 지원을 다른 산업으로 돌리고, 중소기업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줄고, 미국 무역 정책 변화와 친환경 정책 추진이 더디게 진행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본다. 헝가리 정부는 이번 하락이 일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배터리 산업의 앞날을 두고 업계와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