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만 5000명서 94% 줄어...트럼프 비자 단속에 교육 교류 끊어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번스 전 중국 주재 미국 대사 말을 인용해 양국 사이 교육 교류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024년 중국에서 공부한 미국 학생 수가 약 880명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1년 약 1만 5000명으로 가장 많았던 때와 견주면 94%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팬데믹 기간에는 211명까지 급감했다가 중국이 다시 문을 연 뒤 조금씩 늘고 있다.
◇ '자유 외교관' 몫 떠안은 미국 학생들
900명도 안 되는 중국 내 미국 학생들이 양국을 잇는 '자유 외교관' 몫을 떠안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베이징 칭화대학교에서 중국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있는 수잔 세인트데니스는 "중국 학우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설명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하고, 미국 친구와 가족들은 중국 정치를 통역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세인트데니스는 "많은 압박감이 있다. 중국인이 나에게 하는 질문과 내 답변을 통해 미국 전체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시청자들이 중국을 더 잘 알 수 있도록 돕기 위해 "Dear China"라는 틱톡 계정을 운영하고 때때로 중국 관영 언론에 글을 쓴다고 밝혔다.
칭화대 대학원생인 에이버리 프루이트는 "누군가에게 내가 메이궈(중국어로 미국) 출신이라고 말하면 2년 전에 받았던 흥분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며 "통제할 수 없는 일을 설명하고, 변호하고, 심지어 사과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위챗 그룹에서 중국인과 외국인 급우들이 미국 뉴스 글을 올리고 자신을 태그하는 메시지를 보고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프루이트는 지도교수가 제2차 대전 당시 난징대학살에서 일본이 중국에 저지른 잔혹 행위를 다룬 논문 내용을 바꾸라고 제안했고,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의도적으로 자기 검열을 한다고 말했다.
◇ 교육 프로그램 중단으로 소통 채널 차단 우려
트럼프 행정부는 첫 번째 임기 동안 중국과 홍콩에서 교수 및 연구 펠로우십을 제공하던 정부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2020년에는 평화봉사단이 27년 동안 운영해온 중국 내 프로그램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공산당과 연결된 학생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 비자를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대학교 옌칭 아카데미 대학원 펠로우십 중인 해리 루빈은 중국 급우들이 당원을 더 잘 알도록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루빈은 "가입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를 믿어서가 아니다. 국영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면 이력서에 넣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하원 선출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내 미국 대학과 중국 대학 파트너십이 중국 군사 발전을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 조사 여파로 미시간대학과 조지아공대를 포함한 여러 미국 대학이 중국 파트너와 관계를 끊었다. 하버드대학교는 2022년 여름 언어 프로그램을 베이징에서 대만으로 옮겼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모사바르-라마니 비즈니스 및 정부 센터 전무이사이자 중국 전문가인 다니엘 머피는 "이 프로그램들이 중단될 때, 우리는 이곳을 알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닫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중국에 그렇게 적은 수 미국인을 두고 미국에 있는 중국 학생들 수를 크게 줄인다면, 우리는 그런 중요한 소통 채널을 차단하고 오판 위험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대학에서 가르치고 중국에 있는 미국인을 위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온 데이비드 모저는 "미국과 중국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지정학 강대국일 것이므로 모든 수준에서 중국을 알고 미국인을 이곳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모저는 "중국을 깊이 알고 중국 관련 업무에 자신의 경력을 바칠 의지가 있는 새로운 세대 중국 전문가를 기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며 "이런 전문가들은 특히 앞으로 다가올 위기 시기에 매우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학생들은 중국에서 비즈니스, 학계 또는 저널리즘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전 세대 미국 학생들과 달리 졸업 후에도 그 장벽이 너무 높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이런 장벽에 불투명한 비자 절차, 더 억압적인 정치 환경, 어려운 중국 경제로 인한 빠듯한 고용 시장 등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에서 일하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중국에서 경험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프루이트는 처음에는 졸업 후 국무부에서 미중 관계 업무를 하면서 중국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싶었지만, 많은 정부 업무에 필요한 보안 허가 절차가 중국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지원자에게는 훨씬 더 어렵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