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 내리라”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은 이미 10번이나 금리를 내렸고 미국은 전혀 손도 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가 파월 탓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9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 같은 요구는 단순한 경기부양 요청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는 지적이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으로 불리는 대규모 재정 지출안은 미 연방정부의 채무부담 증가와 맞물려 있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6조2100억 달러(약 4경9737조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낮추면 장단기 국채 이자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며 금리 인하가 재정 건전성 확보에도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대통령선거를 치른 지 반년이 지난 현재 자신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5월 고용보고서에서는 비록 신규 고용이 13만9000명으로 시장 예상은 웃돌았지만 전월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고 실업률은 4.2%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는 완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끝났다”고 단언하며 금리 동결을 고수하는 연준의 판단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시장과 연준 내 일부 인사들의 시각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준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고 오는 18일 예정된 연준 회의에서 공개될 새로운 경제 전망 역시 섣부른 완화보다는 점진적 대응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에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지만 실제 정책 전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크리스 버사세 더스트리트 프로 수석 전략가는 “이번 주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관건”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뚜렷이 꺾였다는 증거가 없다면 연준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로켓 연료가 필요할 때”라고도 표현했지만 연준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파장은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지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편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더스트리트는 전했다. 동시에 이는 연준의 독립성과 신뢰도에 대한 시험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