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큐비트' 경쟁 가속화...2030년까지 물리적 200만 개·논리적 8만 개 목표

이런 가운데 미국 양자컴퓨팅 전문기업 아이온큐(IonQ)가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스타트업 옥스포드 아이오닉스(Oxford Ionics)를 10억 7000만 달러(약 1조 4500억원)에 인수하는 대형 합병을 성사시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아이온큐, 옥스포드 아이오닉스 공식 발표를 바탕으로 보도했다.
아이온큐는 지난 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옥스포드 아이오닉스를 10억 6500만 달러(약 1조4400억 원) 상당의 주식과 약 1000만 달러(약 130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옥스포드 아이오닉스는 2019년 옥스퍼드대 물리학자 크리스 밸런스(Chris Ballance)와 톰 하티(Tom Harty)가 함께 만든 영국 양자컴퓨팅 분야 신생기업으로, 표준 반도체 칩에 이온 트랩 기술을 적용해 양자 연산의 정확성(피델리티)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인수로 아이온큐는 옥스포드 아이오닉스의 첨단 이온 트랩 기술과 연구 인력을 흡수해, 양자컴퓨팅 하드웨어의 소형화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합병 후 2026년까지 256개 물리적 큐비트(양자비트)와 99.99% 이상의 정확도를 갖춘 시스템을, 2027년에는 1만개 이상의 물리적 큐비트와 99.99999% 이상의 논리적 정확도를, 그리고 2030년까지 200만개 이상의 물리적 큐비트와 99.9999999999% 이상의 논리적 정확도를 갖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적 정확도란, 여러 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묶어 하나의 논리적 큐비트로 만들고, 계산 도중 오류가 생겨도 스스로 잘못을 찾아 고칠 수 있는 내결함성(fault-tolerant) 기술을 뜻한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양자컴퓨터는 실제로 신약 개발, 금융 모델링, 물질 탐색 등 복잡한 문제를 정확하게 풀 수 있다.
아이온큐는 최근 몇 년간 양자컴퓨팅과 네트워킹 분야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보스턴의 양자메모리 전문 스타트업 라이트싱크(Lightsynq), 신호 플랫폼 기업 카펠라 스페이스(Capella Space) 등도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이번 합병으로 아이온큐는 미국 메릴랜드와 영국 옥스퍼드에 걸친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옥스포드 아이오닉스의 창업자와 80여 명의 연구진은 인수 후에도 아이온큐에 합류해 연구를 이어간다.
아이온큐는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유럽 항공우주기업 에어버스(Airbus) 등과 주요 계약을 맺고 있다. 아이온큐는 올해 7500만~9500만 달러(약 1000억~13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이온큐는 2021년 특수목적기업(SPAC) 합병을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으며, 최근 1년간 주가가 약 4배 올랐다. 2025년 6월 기준 시가총액은 약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에 육박한다입니다.
IBM,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 등 글로벌 빅테크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IBM은 현재 1000개 이상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3년까지 10만개 큐비트 규모의 양자 슈퍼컴퓨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서는 아이온큐와 옥스포드 아이오닉스가 손잡은 것이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기술 경쟁을 더욱 빠르게 만들고,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온큐의 니콜로 드 마시(Niccolo de Masi) 최고경영자는 "이번 인수는 아이온큐가 '양자컴퓨팅의 엔비디아'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드 마시 최고경영자는 "이번 합병으로 양자컴퓨팅 기술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발전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시장에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2040년까지 8500억 달러(약 1152조 원) 규모의 글로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은 양자컴퓨팅이 신약 개발, 재료 과학, 금융, 물류, 항공우주, 사이버보안 등 여러 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