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사마륨(Samarium) 등 일부 희토류 금속과 이를 활용한 자석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군사 장비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지난 4월 4일(이하 현지시각)부터 군용으로도 활용되는 7가지 희토류 원소와 관련 자석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전 세계 사마륨 공급이 끊긴 상태라고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사마륨은 세계 유일의 생산국인 중국에서 전량 공급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한 핵심 소재로 사용돼 왔다. 사마륨 자석은 납이 녹는 수준의 고온에서도 자기력을 유지할 수 있어 미사일, 스마트 폭탄, 전투기 등 열에 강한 전자장비에 필수적이다. 특히 록히드마틴은 F-35 전투기 한 대당 약 50파운드(약 22.7kg)의 사마륨 자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사마륨을 비롯한 희토류 수출에 대해 "민간과 군용 목적 모두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질"이라며 향후 수출은 특별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자동차용 희토류(디스프로슘·터븀)에 대해서는 수출 허가가 발급됐지만 사마륨은 여전히 제한된 상태다.
NYT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자국 내 사마륨 공급 부족을 우려해 지난 수년간 두 개의 사마륨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했으나 수익성 부족으로 모두 무산됐다. 현재 미국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MP 머티리얼스와 호주의 라이너스 레어 어스 등과 손잡고 생산을 추진 중이지만 실질적인 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국방부는 MP 머티리얼스에 3500만달러(약 48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사마륨 생산 설비 도입을 추진했으나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설비는 아직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라이너스도 텍사스에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웠으나 말레이시아 광산 허가 문제가 해결되면서 미국 내 계획은 중단됐다.
제임스 리틴스키 MP 머티리얼스 최고경영자(CEO)는 NYT에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서 매우 큰 타격을 입었다"며 "더 나은 재정 조건이 보장된다면 장비를 설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사태 등으로 무기 재고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만에도 무기 공급을 확대하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마륨 공급 중단이 미치는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은 최근 대만 무기 지원에 연루된 미국 군수업체에 제재를 가했고 그 여파로 관련 기업들이 사마륨을 우회 수입하는 루트도 막혔다.
1970년대부터 사마륨 자석을 연구해 온 전문가인 스탠리 트라우트 미국 메트로폴리탄 주립대 교수는 "사마륨은 사실상 군사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물질"이라며 "공급망 차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마륨 의존 문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1990년대까지 프랑스 라로셸에 있는 정제시설을 통해 호주산 광석을 가공해 사용했지만 환경 문제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1994년 폐쇄됐다. 이후 미국은 중국 내몽고 바오터우 지역의 정제소에서 수입해왔는데 이 지역은 환경 규제가 느슨하기로 악명 높았다.
2010년 중국이 일본과의 분쟁을 계기로 모든 희토류 수출을 두 달간 중단하자 미국은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 복구에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투입하며 공급망 확보에 나섰지만 이 광산은 사마륨을 추출할 수 없어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전 미 국무부 고위 관리였던 제이 트루즈데일 TD 인터내셔널 CEO는 "당시에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지금처럼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WTO 참여를 줄이고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희토류, 특히 사마륨 공급망에 대한 심각한 위기를 인식하고 대책을 추진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