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희토류·첨단기술 통제 등 핵심 쟁점 두고 런던서 다시 맞붙어..."경제분리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본질적 변화는 요원"

◇ 런던 회담의 배경과 주요 쟁점
미국과 중국은 지난 5월 12일 제네바에서 관세전쟁을 잠시 멈추고, 관세율을 크게 낮췄다. 미국은 중국산에 최고 145%였던 관세를 90일간 30%로 낮췄고, 중국도 미국산에 적용하던 125% 관세를 10%로 줄였다. 하지만 휴전 이후에도 희토류와 첨단기술 등 핵심 품목을 두고 수출 통제와 비자 규제 등 갈등이 이어졌다.
런던 회담에는 미국을 대표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나섰다. 중국은 허리펑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회담 장소는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희토류와 첨단기술 수출 통제 완화가 핵심 쟁점이다.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다고 비판하고,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을 막는다고 맞받아쳤다.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전달보다 23% 늘었으나, 중국 정부는 수출 통제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 미·중 무역전쟁의 현황과 영향
미중 무역전쟁은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복귀 후 관세를 대폭 높여, 4월에는 중국산에 최고 145%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중국 제품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중국도 맞대응해 미국산에 최고 147.6% 관세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양국 간 직접 무역량이 크게 줄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미·중 직접 무역량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이 지난 4월 발급한 임시 비즈니스·관광 비자는 2017년 같은 달보다 45% 줄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체가 베트남, 멕시코 등 다른 나라를 경유해 미국 시장에 상품을 유통하는 방식이 늘면서 실제 무역 감소 폭은 다소 과장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중국의 임금 억제 정책이 공장에 이익을 주고 국내 소비를 억제해 미국산 수입을 막는 '비관세 장벽'이 된다고 비판했다. 미국 사람들이 소비에 쓰는 돈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인데, 중국은 38%에 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 비해 3배 더 많은 상품을 수출한다"며, "이런 관세가 중국에 지속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관세를 유지하면 중국은 1000만 명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내수 부진 등으로 일자리 감소에 민감하다.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중국 내 임금 체불 등 경제적 불만과 관련된 시위는 645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6% 늘었다. 트럼프 진영은 "중국이 먼저 타협할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양국 모두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런던 회담의 전망과 전문가 분석
미·중 런던 회담은 관세전쟁 휴전 상태를 연장하거나, 일부 핵심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체제와 미국이 주장하는 '규칙에 따른 무역질서'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스콧 케네디는 "미국은 규칙에 따른 질서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지도자의 단기적 이익에 맞는 거래를 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사겠다고 약속하거나, 중독성 강한 오피오이드(펜타닐)의 원료 생산을 줄이고, 미국에 새로 공장을 세워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실질적 변화보다는 겉으로 보기 좋은 합의만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 스콧 케네디는 설명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국제안보·외교 담당 대니얼 러셀 부소장은 "중국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C919 상업용 항공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와 항공우주 기술 수출 통제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측의 체계적·구조적 개혁은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관리들은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분리를 전면적으로 추구하지 않으며, 철강·반도체·핵심 의약품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국내 생산을 늘리는 데 목표를 둔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이중순환' 경제전략에 따라 핵심 품목의 자립화와 외부 의존도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런던 미·중 무역회담은 관세전쟁 휴전 이후 첫 실질 협상으로, 양국 간 무역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화나 근본적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으며, 일부 수출 통제 완화 등 제한적 합의만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담이 세계 최대 경제국 간 경제 분리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본질적 변화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과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