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회랑' 화물량 62% 급증...2030년까지 4,300만 톤 목표
EU 120억 유로 투자 약속...동서 무역로 재편 가능성 커져
EU 120억 유로 투자 약속...동서 무역로 재편 가능성 커져

'중간회랑' 또는 카스피해 횡단 국제운송노선은 중국에서 시작해 철도와 도로를 통해 카자흐스탄에 진입한 다음 카스피해와 코카서스를 건너 터키나 유럽에 도달하는 경로다. 수백 년 된 실크로드 통로를 반영하는 이 육로 여행은 해상 여행에 비해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한다. 일본-터키 간 수송의 경우 약 3분의 2가 단축된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5월 30일 카자흐스탄 수도에서 열린 아스타나 국제포럼에서 중앙아시아는 "항상 서양과 동양의 교차로였다"며 중간회랑 개선이 "아마도 가장 유망하고 매력적인 도전일 것"이라고 협력을 촉구했다.
아스타나 포럼에 참석한 서방 국가 패널리스트는 한때 개념에 불과했던 이 경로가 세계 무역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한 경로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가까운 장래 1,000만 톤이라는 공식 목표를 세웠지만, 보다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아셋 누수포프 무역통합부 차관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4,300만 톤 달성이 목표라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수준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중간회랑은 소련 붕괴 이후 약 35년이 지난 지금 수송로로서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를 통과하는 동서 경로의 대안으로 중간회랑의 전략적 중요성을 높였다. 2021년 수에즈 운하 봉쇄와 중동의 긴장 고조로 인해 해상운송 비용과 위험도 증가하여 지상운송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화물 용량 확장의 핵심은 더 많은 투자에 있다. 카자흐스탄은 올해 1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이 중 70억 달러는 도로 인프라에, 30억 달러는 철도 개선에 배정될 것이라고 마라트 카라바예프 교통부 장관이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중간회랑을 포함한 이 지역의 교통 인프라에 120억 유로(13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거대한 약속은 중국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중앙아시아를 지원하는 데 더해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에 힘입어 카자흐스탄은 철도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운송 네트워크의 병목현상을 해결하며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컨테이너 처리 용량을 높이기 위해 카스피해의 중간회랑 항로에 있는 악타우 항구를 확장하고 있다.
누수포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동서뿐만 아니라 남북까지 이어지는 더 넓은 교통망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이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가니스탄과 협력하여 이들 국가를 통해 남쪽으로 이란과 남아시아로 가는 철도 건설을 시작하는 동시에 중간회랑과도 연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및 중동과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간회랑의 부상은 글로벌 공급망의 다변화와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제재와 중동 불안정으로 기존 무역로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중앙아시아를 경유하는 대안 경로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EU의 대규모 투자 약속은 유럽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러시아를 우회하는 안정적인 경로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보여준다. 동시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중간회랑의 성공은 인프라 개선, 통관 절차 간소화, 정치적 안정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성장 추세가 지속된다면 유라시아 대륙의 무역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