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자동차업계, MSRP는 그대로인데 소비자 부담은 '슬그머니' 증가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자동차업계, MSRP는 그대로인데 소비자 부담은 '슬그머니' 증가

지난 4월 기준 미국의 주요 브랜드별 자동차 평균 거래가격. 사진=켈리블루북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4월 기준 미국의 주요 브랜드별 자동차 평균 거래가격. 사진=켈리블루북

최근 몇 개월 동안의 흐름을 파악한 결과 미국의 자동차 가격이 겉보기엔 그대로지만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조사들이 ‘차량 기본가격(MSRP)’을 건드리지 않은 채 할인 축소와 배송비 인상,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최근 실질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자동차 전문매체 카스쿱스는 자동차업계 관계자들과 시장 자료를 인용해 최근 미국 내 신차 가격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캔자스주의 포드 자동차 대리점 운영자인 모리스 스미스 3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수천달러가량 가격이 오른 것으로 체감되는데 제조사는 ‘우린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한다”며 “스텔스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부담이 은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자동차 가격정보 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미국의 자동차 평균 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5% 상승해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조사 할인율은 10%에서 6.7%로 줄었고 무이자 할부 혜택은 201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MSRP는 변하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총비용은 명백히 높아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중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이 더해지면서 가격 인상은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 켈리블루북은 “관세로 인한 영향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재고로 남은 ‘관세 이전’ 차량이 모두 소진되면 가격은 더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켈리블루북은 또 “판매된 차량을 다시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딜러들이 향후 차량 가격을 높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뉴스에 따르면 일부 브랜드는 이미 가격 인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6년형 차량의 가격을 3~5% 인상할 계획이며 BMW는 평균 1.9%, 볼보는 4% 올릴 예정이다. 스바루는 지난해 11월 이후 차량 가격을 4.2% 인상했다.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다른 가격 인상 방식도 있다. 예를 들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던 기능을 갑자기 제외해 소비자가 같은 가격에 더 적은 옵션을 받게 만드는 식이다. 고가 모델의 가격을 더 큰 폭으로 인상해 저가 모델의 비용 부담을 상쇄하는 전략도 활용된다. 예컨대 포드의 SUV 모델 이스케이프는 이전 모델과 유사한 가격을 유지하더라도 픽업트럭인 F-150의 가격을 크게 올려 전반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카스쿱스는 “가격 동결을 외치는 마케팅 슬로건이나 경영진의 발표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앞으로 자동차가 더 저렴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