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위원회 조사…5년 후 달러 비중 줄고 금 비중 늘 전망 압도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25일부터 5월 20일까지 전 세계 73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이는 2018년 조사 시작 뒤 가장 많은 참여 기록이다. 응답 기관은 선진국 15개, 신흥시장·개발도상국(EMDE) 58개로 이뤄졌다.
◇ 자국 금 보유량 늘리기 계획도 사상 최고
응답 중앙은행의 43%는 자국 기관의 금 보유량도 내년에 늘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24년 29%에서 크게 오른 수치로, 조사 시작 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의지가 더욱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MDE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앞으로 12개월 동안 자국 금 보유량이 늘 것이라고 답한 반면, 선진국 응답자 중에서는 상대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중앙은행들은 5년 후 외환보유액 구성에서도 큰 변화를 내다보고 있다. 응답자의 76%는 5년 후 총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4년 69%에서 오른 수치다. 반면 미국 달러에 대해서는 73%가 5년 후 비중이 줄 것으로 내다본다고 답했다.
중앙은행들이 금을 보유하는 주된 이유로는 위기 상황에서 금이 보이는 성과가 85%로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어 투자 꾸러미 다양화 효과(81%), 오랫동안 가치를 지키는 수단 역할(80%) 순으로 조사됐다. 세계금위원회는 "위기 때 금이 보이는 성과, 투자 꾸러미 다양화, 물가 상승 막기 기능이 중앙은행들의 금 쌓기 계획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달러 의존 벗어나기와 금 선호 현상 뚜렷
외환보유액 관리 때 주요 고려사항으로는 금리 수준이 93%로 가장 높았고, 물가 상승 우려와 지정학적 불안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84%)과 지정학적 상황(81%)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앙은행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67%와 60%에 그쳤다.
금 보관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이 64%로 가장 선호하는 금 보관 장소로 조사됐지만, 국내 저장고를 선택한 비율이 2024년 41%에서 올해 59%로 크게 늘었다. 응답자의 44%는 금 보유고를 적극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18년 조사 시작 뒤 최고 수치다.
세계금위원회는 "중앙은행들이 지난 3년 동안 해마다 1000톤 이상의 금을 쌓았으며, 이는 이전 10년 평균인 400~500톤에 견줘 크게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이어지는 경제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준비금 관리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믿을 수 있는 부의 저장고이자 오랜 준비금 관리 전략의 핵심 요소로서 금이 맡는 역할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액 구조에서 벗어나 금을 중심으로 한 다양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신흥시장 나라들의 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이 맡는 전략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