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중동 유가 시장의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란이 실제로 원유 수출을 차단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유 공급 아직 중단된 바 없어”
시장조사업체 케플러의 쉬 무위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습 이후 거래가 재개되면 단기적인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실제 중동산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한 장기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단 한 배럴의 원유도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이후 시작된 이란과의 무력 충돌로 인해 이란 테헤란에 정제유를 공급하던 정유시설과 저장소가 일부 화재 피해를 입었지만 원유 출하 항만이나 해상 수송 자체는 아직 중단되지 않은 상태다.
◇이란 원유, 중국에 치명타…미국은 영향 제한
이란이 자국의 원유 수출을 무기화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란산 원유는 현재 사실상 대부분이 중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나오는 원유의 약 3분의 1을 구매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20년 이후 자국 내 셰일 오일 생산 확대에 힘입어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됐으며 현재 페르시아만에서 수입하는 원유는 전체의 3% 이하 수준이다. NYT는 “미국은 사우디 북부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원유를 들여오고 있으며,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타격은 중국이 훨씬 더 크다”고 분석했다.
케플러는 “중국은 2년 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외교 정상화를 중재한 바 있고, 그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대폭 늘렸다”고 덧붙였다.
◇공습 전후 유가 10%↑…장기 전망은 유동적
NYT는 “최근 무력 충돌 이후 국제유가는 약 10%가량 상승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 여부를 고심 중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소폭 하락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공습을 승인하면서 다시 유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해 왔으며 그 결과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수년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이란산 원유를 구매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대이란 제재가 유엔의 공식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NYT는 “향후 유가 흐름은 이란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유조선 항로에 미사일이나 기뢰를 사용하는 등의 물리적 차단 시도는 여전히 시장의 최대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