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이란-이스라엘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과 금리 인하 무산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중동 사태에 본격 개입할 경우 증시의 초기 하락과 함께 달러 강세, 유가 폭등,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가 예상된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은 전날 B-2 전략 폭격기를 동원해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직접 공격했다.
이날까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일주일 동안 약 10% 상승했고 브렌트유 선물은 6월 10일 이후 최대 18% 상승하며 배럴당 79.04달러(약 10만9300원)로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이란산 원유의 글로벌 공급 차단, 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같은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약 17만9700원)까지 오를 수 있으며, 미국 물가상승률은 연말까지 6%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같은 가격 충격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실질소득을 떨어뜨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없애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채권시장 반응은 제한적…“직접 개입 시 영향 커질 것”
주식시장은 아직까진 제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P500 지수는 이스라엘의 공습 발표 직후 일시 하락했으나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미국이 실제로 군사작전에 가담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포토맥리버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스핀델은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면 시장은 다시 반응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원유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티그룹도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긴장이 주식시장에는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았지만, 에너지 가격이 주식시장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 단기적…장기적으론 약세 가능성’
달러는 안전자산 수요에 따라 단기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국지적 전쟁 개입과 이로 인한 재정 부담 확대로 약세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맥쿼리그룹의 글로벌 외환전략가 티에리 위즈만은 “단기적으로는 유럽, 일본, 영국에 대한 교역조건 악화 우려로 달러가 오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처럼 미국 재정 부담이 커지면 달러는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