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최근 1조1000억달러(약 1529조2000억원)를 넘어서며 전통 자동차 기업들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기업가치가 정당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기반 투자 분석 플랫폼 에이인베스트(AInvest)는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은 도요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를 모두 합친 것보다 20배 이상 많다”며 “자동차 제조업체로서의 수익만으로는 이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에이인베스트는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 자체는 미국 시장 점유율 70%에 이를 정도로 탄탄하지만 이 수치만으로는 1조달러(약 1375조원)가 넘는 기업가치를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연간 생산 능력은 250만대 규모며 사이버트럭 등 고급 차종 중심의 수익 구조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리비안, 루시드 등 신생 전기차 업체는 물론 토요타와 GM 같은 전통 완성차 기업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차량 부문의 수익성은 점차 압박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로보택시와 우주 사업 등 테슬라의 미래 기술 비전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장이 “1조달러에 달하는 기회를 열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완전 자율주행 구현에는 여전히 기술적 난제와 규제 승인이 걸림돌로 남아 있고 도로 인프라 구축 비용도 상당해 수익화 시점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머스크 효과?…“트윗 한 줄에도 주가 요동”
머스크의 논란 많은 리더십과 대중적 파급력은 테슬라 주가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다. 실제로 그가 X에서 발언하거나 신제품을 공개할 때마다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그러나 뉴럴링크 등 테슬라 이외의 사업에 대한 머스크의 관심이 커지면서 테슬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규제 당국과의 갈등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로보택시 출시…“실패 땐 거품 붕괴 우려”
에이인베스트는 테슬라가 올해 말로 예고한 로보택시 상용화가 실현된다면 기업가치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에이인베스트는 “로보택시가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차량 1대당 연간 수익이 기존 1만달러(약 1400만원)에서 3만달러(약 4100만원)로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테슬라의 기술 생태계를 경쟁사와 완전히 차별화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로보택시 출시가 지연되거나 안전 문제가 불거질 경우 지금의 높은 주가가 단숨에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현재 테슬라의 주가매출비율(P/S)은 15배로, 업계 평균인 3배의 5배 수준이다.
◇“2조달러 가능하지만…실패 땐 과대평가 우려”
에이인베스트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로보택시와 우주 기술이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2조달러(약 2751조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에이인베스트는 “자동차 부문의 마진이 줄어들고 미래 기술 실행이 지연된다면, 지금의 1조달러가 넘는 시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의 산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가치는 결국 머스크가 제시한 기술적 비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지금이 혁신의 전환점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거품인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