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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공화당 세금법안, 美 우체국 전기차 7200여 대 매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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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공화당 세금법안, 美 우체국 전기차 7200여 대 매각 추진

전기 우편차 6만 6000대 도입 계획에 차질...96억 달러(약 13조 1900억 원) 투자, 공화당 "친환경 정책 줄이고 정부 지출 줄이기" 목표, 우체국 "고객·유권자 피해 우려"
미국 미시간주 로열 오크에 있는 우체국 밖에서 USPS(United States Postal Service) 근로자들이 우편물을 배달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미시간주 로열 오크에 있는 우체국 밖에서 USPS(United States Postal Service) 근로자들이 우편물을 배달 트럭에 싣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우정청(USPS)이 추진 중인 전기우편차 도입 계획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내놓은 대규모 세금·이민 법안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바이든 전 행정부가 추진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우체국 전기차 프로그램 자금을 대폭 줄이는 내용이 법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USPS가 들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와 인프라를 정부가 팔거나 경매에 내놓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 법안은 바이든 정부의 기후 정책 일환으로 추진된 우체국의 전기차 전환 계획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21(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우체국 "고객·유권자 피해 우려"

트럼프와 공화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는 연방정부가 USPS의 전기차와 인프라를 팔거나 경매에 내놓는 조항이 들어있다. 총무청이 약 7200대의 새로운 전기 우편차와 관련 인프라를 갖고 이를 경매에 내놓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USPS는 이 제안이 "고객과 유권자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USPS2022년부터 66000대의 전기 우편 배송 차량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방위 업체 오쉬코쉬(Oshkosh)의 맞춤형 차세대 배송 차량(NGDV)으로 구성된다. 또 포드(Ford)E-Transit 배송 밴도 수백 대 도입됐다. 우체국은 전기와 저공해 차량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오래된 우편 및 소포 분류 시설을 고치는데, 5억 달러(6800억 원) 이상을 들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모두 96억 달러(131900억 원)가 들어가며, 이 중 30억 달러(41200억 원)는 휘발유 차량과 전기차의 가격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납세자의 세금에서 나왔다. 나머지 자금은 우체국의 독립 계좌에서 마련했다. USPS는 대부분 자급자족하며, 우표 등 제품 판매로 자금을 마련한다.

공화당은 이 법안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에너지 인센티브 대부분을 없애거나 줄일 계획이다. 하원과 상원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바로 없앨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줄일지 논의 중이다. 이번 우편 차량 매각 조항은 연방 차입을 줄이고, 정부 지출을 줄이는 데서 주요 절감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자금의 대부분은 이미 우체국과 차량·인프라 공급업체와의 계약으로 의무화된 상태다.

◇ 전기차 도입 지연과 공급업체 문제

USPS는 이번 법안이 자금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한다. 우체국 정부 관계 및 공공 정책 담당 부사장 피터 파스트르(Peter Pastre)는 최근 상원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15억 달러(2조 원)의 자금이 우체국에 소요될 것이며, 오래되고 낡은 배송 차량을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을 심각하게 마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파스트르는 "상원과 위원회가 잠시 멈추고 이 제안이 우체국과 고객, 유권자들에게 초래할 실질적인 피해를 고려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토안보 및 정무위원회 의장인 랜드 폴(Rand Paul) 상원의원(공화당-켄터키)이 발표한 법안 요약에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USPS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환경 정책(계획)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편물 배달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폴 상원의원 측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우체국은 1987년부터 1994년 사이에 도입된 '장기 운행 차량'(Long Life Vehicles) 등 오래된 차량을 대체하기 위해 전기차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쓰는 트럭은 너무 낡아서 기본적인 수리를 위해 단종된 부품을 리버스 엔지니어링해야 할 정도다. 차량은 수십 년간 과용으로 인해 화재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도입 계획은 여러 차질에 부딪혔다. 오쉬코쉬는 초기 제조 과정에서 지연과 엔지니어링 문제를 겪었으며, 경영진 간 의견 불일치와 부정직 비난까지 불거졌다. 오쉬코쉬는 2024년 말까지 약 3,000대를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100대만 제공했다. 우체국이 추가 전기차를 주문하자 오쉬코쉬는 가격을 올렸다. 의회가 우체국에 차량 자금을 승인한 후 오쉬코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프리미엄 조정'(추가 요금 산정)을 청구해 전체 가치를 5억 달러 이상 올렸다.

트럼프의 일부 동맹들은 이 프로그램을 정부 낭비 사례로 규정한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Marjorie Taylor Greene) 하원의원(공화당-조지아)은 소셜미디어에 "당신의 돈을 날려버리는 민주당의 그린 뉴딜 사기"라고 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트럭 한 대당 미친 가격이다"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친환경 정책과 정부 지출 줄이기라는 공화당의 방향을 반영한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우체국의 전기차 도입 지연과 인프라 매각이 실제로는 정부에 큰 수입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편 트럭에 대한 민간 부문 관심은 적으며, 우편 서비스를 위해 특별히 만든 중고 전기차와 이미 우편 시설에 설치된 중고 충전 장비는 일반적으로 다시 팔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파스트르 부사장은 "차량과 기반 시설을 경매해 실현되는 자금은 무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프라의 대부분은 주차장 아래에 묻혀 있고, 중고 충전 장비를 위한 시장이 없다"고 밝혔다.

우체국은 최근 하원 감독 및 정부 개혁 소위원회에서 우편 서비스의 재정과 운영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USPS와 오쉬코쉬, 포드의 대변인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