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각본에 '잘못된 정보' 되풀이…"2003년 이라크 침공 재현"
NPT 탈퇴·핵무장 '독자 노선' 부추겨…자위권 명분, 확산 우려 고조
NPT 탈퇴·핵무장 '독자 노선' 부추겨…자위권 명분, 확산 우려 고조

트럼프의 공습 결정은 중동의 오랜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모든 문제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인 하마스, 후티 반군 등이 보복에 나선다면, 페르시아만 일대에 주둔한 미군 약 4만 명과 영국 등 동맹군까지 직접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
◇ '가짜 명분'과 '네타냐후의 덫'
분석가들은 고립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가 네타냐후가 파놓은 덫에 걸렸다고 지적한다. 네타냐후는 지난 30년간 이란의 핵 위협이 임박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이란이 이스라엘 심장부를 겨냥한 핵무기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미국 정보기관조차 확인하지 못한 일방의 주장이었다. 트럼프는 검증되지 않은 이 정보를 그대로 믿고 군사 행동을 감행했다.
짧게 보면 트럼프의 공습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타격을 줬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이란의 핵 기술이나 개발 의지를 제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사태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뿌리 깊은 무지를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란 혁명 이후 외교 관계가 단절된 상태이며, 혹독한 경제 제재는 양국의 이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중국·러시아 등과 함께 이뤄낸 핵 합의를 일방으로 파기한 것이 무지 탓이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외교로 풀었던 문제를 폭탄으로 해결하려는 최악의 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모든 보복 수단을 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 등의 미군 기지가 잠재 목표이며,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 선박 공격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세계 석유 파동과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관련한 법을 통과시키며 위협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 '정권 붕괴' 혹은 '최악의 핵 시나리오'
이란은 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협상 제안을 물리치며 "포화 속에서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핵 시설 완전 파괴' 주장을 부인하며 핵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고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IAEA의 최근 대이란 결의안에 강하게 반발해 온 이란이 이번 공습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공식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공습은 두 가지 장기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첫째, 부패와 무능으로 비판받던 이란 하메네이 정권이 이번 사태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붕괴하는 예측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의 공격이 오히려 이란 내부 결속을 다지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둘째, 이란이 미국의 위협에 맞서고자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을 공식화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유엔 사찰을 거부하는 '독자 노선'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다른 나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암울한 전망으로 꼽힌다. 군사 압박은 핵무기만이 궁극의 생존 수단이라는 잘못된 교훈을 남길 수 있다. 트럼프가 입증되지도 않은 위협을 없애겠다며 감행한 무모한 폭력은, 입증된 위험인 '핵무장 세계'가 현실이 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