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루 500만 배럴 줄고 100달러 넘길 수도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겨냥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시작했다고 미국 언론과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란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그리고 석유와 주식시장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하고 있다고 같은 날 배런스가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미국의 공격 이후 이란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에 따라 시장이 맞닥뜨릴 수 있는 세 가지 주요 길을 짚는다. 각 길은 유가와 주식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한다.
◇ 이란이 패배 인정하고 평화 모색한다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목적은 이란이 핵 위협을 사실상 포기하고 패배를 인정하도록 압박하는 데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암살 작전 등 여러 공격을 펼쳤으나, 미국은 이번 작전이 핵무기 위협 제거에 한정됐음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는 평화가 깃들지, 아니면 비극이 닥칠지” 다음 행보는 이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 시나리오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종식과 비슷하다.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는 굴욕적 패배를 인정하며 정권 생존을 선택했다. 이번에도 이란이 패배를 인정하고 평화를 모색한다면, 중동의 긴장이 누그러지면서 유가는 내려가고 주식시장은 오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야르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는 “유가는 내려가고 전 세계 주식시장은 오를 것”이라고 최근 고객 노트에서 설명했다.
이 길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을 더 선호해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금 등 안전 자산은 내릴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 이란이 보복 공격으로 갈등을 키운다면
이란 정권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보복을 단행한다면, 시장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란이 석유 수출에 직접 타격을 가하거나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하며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 교수는 “이란이 응답하지 않을 길은 없다. 무조건 항복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이란의 어떤 정권이나 정부도 장기적으로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장 큰 시장 충격은 호르무즈 해협 차단 가능성이다. 이 해협은 하루 약 2000만 배럴(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이 통과하는 중요한 길이다. 이란이 해협 일부를 차단하거나 이라크 파이프라인을 공격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하루 최대 5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럴 때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쓸 수 있는 농축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비축량의 소재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란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에서 벗어나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 자산으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 길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시장은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주식은 내리고, 유가와 금은 오를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 이란 정권이 무너진다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세)의 리더십이 위협받거나, 정권 자체가 무너진다면 시장은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하메네이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군부 쿠데타나 대규모 시민 봉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캠퍼스 국제학 부교수 후스 바나이는 “쿠데타가 일어난다면 다른 모습의 이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에는 조직적인 정치적 반대 세력이 거의 없어,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더라도 약해지거나 더욱 급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럴 때 시장은 민주적 정권 등장 시 온건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나, 협상 파트너가 없을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정권이 무너지는 길은 시장에 예측하기 어려운 충격을 줄 수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도 전후 정세가 안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이란도 정권 교체 이후 시장이 오래 불안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는 나온다.
최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이후,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3.9% 오르며(80달러/배럴), 미국산 원유는 4.3% 오르며(77달러/배럴) 급등했다. 미국 주식 선물(S&P 500)은 0.6% 내리는 등 시장은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세예드 아바스 아라그치는 “이란은 주권과 이익, 국민을 지키기 위한 모든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부 전문가들은 그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시장은 이란의 대응에 따라 유가와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보복 등으로 나선다면 유가는 100달러를 웃돌 수 있고, 주식 시장은 단기적으로 위험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