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금리 5% 시대 개막… ‘대안정’ 붕괴가 만든 금융시장 발작

글로벌이코노믹

금리 5% 시대 개막… ‘대안정’ 붕괴가 만든 금융시장 발작

美 30년물 국채금리 5% 돌파,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인플레의 경고
일본 ‘엔캐리’ 청산·중국 ‘가성비 공급망’ 붕괴가 초래한 거대한 뉴노멀
전 세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지난 30년 동안 누려왔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가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저금리와 저물가 그리고 안정적인 고성장이라는 세 가지 축이 지탱하던 ‘기적의 시기’가 끝나고 고금리와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거대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지난 30년 동안 누려왔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가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저금리와 저물가 그리고 안정적인 고성장이라는 세 가지 축이 지탱하던 ‘기적의 시기’가 끝나고 고금리와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거대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전 세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지난 30년 동안 누려왔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가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 저금리와 저물가 그리고 안정적인 고성장이라는 세 가지 축이 지탱하던 ‘기적의 시기’가 끝나고 고금리와 고물가가 고착되는 거대한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다.

최근 배런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최종 저울이자 기준점인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 벽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유례없는 발작을 겪고 있다. 월가와 주요 해외 경제 싱크탱크들은 이번 국채 금리 급등이 일시적인 변동성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의 와해와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린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귀환을 가리키고 있다고 엄중히 경고한다.

금융위기급 공포 지표…흔들리는 글로벌 시장


거시경제 변수들이 일제히 위기 경보를 울리며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의 척도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0%를 돌파하며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마저 2.77%까지 치솟아 엔캐리 트레이드의 본격적인 청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채권 금리 발작은 국내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됐다. 한국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3.77%까지 급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변동성지수인 V코스피 역시 장중 20선을 돌파하며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통상 V코스피가 20을 웃도는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적 마지노선이 위협받고 있으며 시장의 변동성이 상시적인 위험 구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공급망 효율성의 종말과 ‘잔인한 할인율’의 습격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거시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에서 찾는다. 과거 세계 경제의 안정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글로벌 분업 구조 덕분이었다. 세계에서 비용이 가장 싼 곳에서 부품을 만들고, 미국이 디자인을 맡으며, 한국이 핵심 반도체를 공급하고, 중국이 이를 최종 조립해 전 세계에 저가로 공급하는 촘촘한 사슬이 물가를 낮게 묶어두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의 본격적인 고령화와 임금의 급등 그리고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블록화는 전 세계가 비용 효율성을 강제로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무역 장벽은 생산 원가를 항구적으로 끌어올렸고, 이는 국채 금리의 상방 압력으로 전이됐다.

최근 취임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 성향과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지속 역시 장기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학계에서는 연준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중심으로 경제의 실질 균형 금리인 중립 금리 자체가 구조적으로 상승했다는 논쟁이 한창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와 탈탄소 전환 비용이 기초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5년-5년 기대 인플레이션(5y5y Breakeven)은 여전히 2.3~2.6% 범위에서 고착화되며 시장이 ‘저물가 회귀’보다 ‘완만한 고물가’를 기본 시나리오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급등이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아닌, 미국의 대규모 국채 발행 증가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확대와 재정 적자 우려가 반영된 단기적 수급 불균형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은 세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전 세계 자산 가격을 파괴하고 있다.

첫째, 국채 금리가 5%에 도달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 대신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이 보장되는 채권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고 있다. 둘째, 성장주 가치의 치명적 할인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수치다. 이때 할인율로 쓰이는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10년 후 발생할 100억 원의 현재 가치는 67억 원에서 61억 원으로 급감한다. 이 때문에 당장의 이익보다 5~10년 뒤의 폭발적인 매출을 담보로 하던 AI와 차세대 반도체 등 성장주들이 가장 먼저 깊은 타격을 입는다.

셋째, 국채 금리 폭등은 회사채 발행 금리를 끌어올려 기업들의 이자 비용을 급증시키고, 이는 직접적인 이익 둔화와 주가 하락으로 연결된다.

글로벌 자금의 대이동과 ‘달러 스마일’의 딜레마


글로벌 시장의 상황은 더욱 엄혹하다. 30년 동안 세계 경제의 ‘무상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역할을 하며 초저금리 자금을 공급하던 일본의 변화가 치명타를 날렸다. 일본은행(BOJ)의 수익률곡선통제(YCC) 종료와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2.77%까지 치솟자, 전 세계에 풀려 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무서운 속도로 자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엔화 차입 비용 상승과 환헤지 비용 확대가 맞물리며 과거 ‘무위험 차익’에 가까웠던 캐리 구조가 빠르게 붕괴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 경련을 일으키는 중이다.

여기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해져 ‘달러 스마일(Dollar Smile)’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다. 미국의 재정 적자와 경제 체력이 악화될 때조차 “결국 믿을 곳은 달러뿐”이라는 시장의 맹목적인 믿음이 작동하면서 강달러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은 더 높은 이자와 강한 화폐 가치를 좇아 미국으로만 쏠리고 있으며, 신흥국들은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폭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한국 시장의 삼각파도…패시브 리밸런싱의 쇼크


이 같은 글로벌 거시환경의 대격변은 한국 시장에 직접적인 변동성 쇼크를 안기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 선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치솟았고, 채권시장에서는 한국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77%까지 동반 급등하며 금융비용 압박을 키우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 역시 이러한 매크로 구조 안에서 해석해야 한다. 외국인의 매도는 한국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부실 때문이 아니다. AI 사이클 붐을 타고 국내 반도체 시가총액 몸집이 급격히 커지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내 비중 한도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자산을 매각하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특히 반도체 시가총액 급증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 매도가 발생한 영향도 가세했다. 여기에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까지 겹치며 매도 압력을 가중시켰다.

‘영끌’의 종말, 기초 체력으로 버텨야


대한민국 경제와 투자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고금리가 상수가 된 시대에 과거 저금리 시절의 유동성 파티에 취해 있던 투자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빚으로 부동산을 사고 주식에 투자하는 영끌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저히 자기 자금의 흐름 안에서만 자산을 늘려가야 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우리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가 겪었던 1980~1990년대의 고금리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고환율과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거시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200억 달러 수준으로 탄탄하며,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과거 외환위기 같은 파국적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안심할 때는 아니다. 6월 열릴 미국 FOMC의 금리 결정 방향, 일본 자본의 회귀 속도,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의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며 국내 한계기업의 부실화와 가계부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는 고금리 체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전반의 고부가 가치화와 공급망 다변화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만이 다가올 10년의 잔인한 고금리 터널을 통과할 유일한 열쇠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