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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美·中 기술 경쟁 심화 속 'AI 윤리' 기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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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美·中 기술 경쟁 심화 속 'AI 윤리' 기준 추진

유네스코, 세계 최초 AI 윤리 표준 채택 4년 만에 포럼 개최… "국제적 합의 달성 목표"
글로벌 AI 기업·美中 정부 불참 속 '남반구' 국가들 참여
OpenAI 로고는 2024년 5월 20일에 생성된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OpenAI 로고는 2024년 5월 20일에 생성된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유엔 산하 기구인 유네스코가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시기에 AI 윤리 지침을 확립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 비정부 기구, 학계를 규합하고 있다고 27(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세계 최초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글로벌 AI 윤리 표준을 제정한 유네스코는 이번 주 태국 방콕에서 포럼을 개최하며 권고안 채택을 촉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의 AI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러한 권고 사항이 보편적이고 실행 가능한 프레임워크로 전환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지난 25일 열린 '제3차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글로벌 포럼' 개막식에서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국제적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 간의 협력을 촉구했다.

그녀는 "유네스코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AI를 위해 세상을 준비하고, AI가 세계를 위해 준비되며,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AI 윤리에 대한 전 세계적인 합의 도출의 희망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미국 의회의 양당 의원들이 최근 '딥시크(DeepSeek)'와 같은 중국 연계 AI 도구의 연방 정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의 기술 경쟁은 적대감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미국의 오픈AI, 구글부터 중국의 딥시크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AI 기업들은 눈에 띄게 불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태평양,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이른바 '남반구' 지역에서 1,000명 이상의 참가자와 35명의 정부 장관이 참석하여 AI 윤리 논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태국 디지털경제사회부의 위싯 위싯소라-앗 차관보는 다른 국가들이 AI 세계의 분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중 경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며, 태국은 자체 AI 생태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압박에 직면해 있는 패통탄 시나왓 태국 총리 역시 영어 연설을 통해 9만 명의 AI 전문가 양성과 AI 인프라에 대한 150억 달러 이상의 지출을 포함한 태국의 AI 개발 목표를 상세히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탈퇴했다가 2023년 다시 가입한 미국 정부 대표단과 중국 정부 대표단이 3일간의 행사에 눈에 띄게 불참한 가운데, 이번 포럼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잠비아, 짐바브웨 등 아세안 지역 및 '남반구' 국가의 정책 입안자들이 AI에 대처하기 위한 우려 사항과 우선순위를 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를 제공했다.

유네스코 AI 부서의 이라클리 코델리 윤리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국가마다 당분간 자체적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으며, 일부는 '보안'을 강조하고 다른 일부는 'AI에 대한 접근'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주요 목적은 유엔 기구의 AI 윤리 권고 사항을 실제 정책 조치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도구인 '준비 상태 평가 방법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다.

이 평가에는 정부를 대상으로 AI가 토지 및 물 사용에 미치는 영향 등 구체적인 고려 사항을 묻는 설문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70개국 이상이 이 방법론에 참여했다. 코델리 책임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이곳은 단순히 대화하는 '토크숍'이 아니라, 회원국들이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워크숍'"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임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AI 개발에 윤리적 가드레일을 적용하는 데 직면한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비영리단체 글로벌 인공지능 거버넌스 센터의 레이첼 애덤스 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폐쇄한 이후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인공지능 안전 및 거버넌스 연구소 학장이자 중국과학원 교수인 쩡이(曾毅)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각국이 투명성과 같은 용어에 동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를 현장에서 실제 조치로 옮기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는 SCMP의 방콕 행사 방문을 후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