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위험 고조에 '자국 생산' 주목...전기차 확대로 수입 석유 33% 대체

이란은 자국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위협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경고했다. 이 수로는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의 20%와 원유의 27%가 지나가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생명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안보를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에 끊임없이 접근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 심각... 90개국이 80% 이상 수입
IEA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인구의 79%가 석유 수입국에 살고 있으며, 62개국은 모든 석유를 다른 나라에서 가져온다. 스페인, 한국, 독일, 터키, 인도를 포함한 90개국이 석유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에 기댄다.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는 "불안정한 세계 무역과 지정학 긴장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이런 수입 의존도가 에너지 안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화석연료 시장의 혼란은 석유와 가스에 기대는 모든 나라에 가격 변동을 일으킨다.
1970년대에는 석유 수출에 차질이 생겨 가격이 치솟고 주유소에 줄을 서게 했으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다. 최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러시아산 수입 가스에 기댄 유럽의 에너지 취약성을 드러냈다.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화석연료 생산국은 정치적으로 더 위험해지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자유를 덜 보여왔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스스로 육성한 에너지원이 많을수록 좋다"며" "한 나라, 한 무역로, 한 단일 기업에서 에너지를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생에너지 확대로 수입 석유 33% 바꿀 수 있어
엠버 추정을 보면 전기자동차, 히트펌프,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 세계 화석연료 수입을 70% 줄일 수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만으로도 수입 석유의 33%를 바꿀 수 있으며, 발전용 풍력과 태양광 발전 늘리기로 23%를 더 아낄 수 있다.
이들은 세계 인구의 92%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수요의 10배 이상을 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는 한 나라 안이나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전력을 만들 수 있어 가격 변동이나 지정학 위험에서 지킬 수 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4월 에너지 안보 미래 정상회담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에너지 안보도 높아졌다"며 "이것이 우리가 유럽에서 배운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맞서 유럽이 현재 전력 구성의 47%를 차지하는 자체 재생에너지 출시를 빠르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정에너지 전환에는 새로운 위험도 따른다. 지난 4월, 스페인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은 특정 기상 조건에 기대는 태양열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계획 문제와 기술 결함이 합쳐져 정전을 일으켰다고 밝혔으며 재생에너지의 과잉이 역할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재생가능 기반시설과 저장고를 짓는 데 필요한 금속과 광물에 대한 새로운 수입 의존도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널리 쓰이는 니켈 같은 금속을 캐기 위해 광산 옆에 자리한 지역사회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 사례가 밝혀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화석연료와 같은 에너지 위기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화석연료와 달리 지속 생산이 아닌 시설 확대에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IMF는 전력망 기반시설과 에너지 저장에 대한 투자를 포함해 전기 시스템을 더 견고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매우 진보한 해법이 이미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