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드라이버 "한국타이어" 성능 정면 비판, "이유 없이 벌 받는 느낌...이 수준으론 경기 불가능"
한국타이어 "내구성 개선 중...국제자동차연맹과 협력해 문제 해결할 것"
한국타이어 "내구성 개선 중...국제자동차연맹과 협력해 문제 해결할 것"

누빌은 대회 기간 동안 네 번 이상 타이어가 펑크 나고 손상되는 바람에 1위에서 8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타이어 신뢰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꼬집은 이번 사건은 올해 WRC가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겪는 가운데 랠리 레이싱에서 타이어 기술과 신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지난 28일 오토기어(autogear)가 보도했다.
◇ 누빌, 타이어 신뢰성에 강한 불만... "운에 맡기는 경기"
티에리 누빌은 지난 27일 그리스 라미아에서 열린 WRC 아크로폴리스 랠리에서 연이은 타이어 문제로 1위에서 8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누빌이 속한 현대차 월드 랠리 팀(팀메이트 마르테인 비대게)은 대회 초반까지 선두를 달렸으나, 스테이지 8에서 오른쪽 뒷 타이어에 천천히 펑크가 나면서 귀중한 시간을 잃었다. 이어 스테이지 9에서 왼쪽 뒷 타이어까지 더 손상되며 불운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누빌은 2분 40초 이상의 시간 손실이 생겼다.
누빌의 타이어 문제는 혼자만 겪은 일이 아니었다. 현대차 팀 동료 아드리앙 푸르모를 빼고 거의 모든 랠리1 참가자들이 울퉁불퉁한 모래길에서 타이어가 손상되고 펑크 나는 어려움을 겪었다.
누빌은 "지난해 시즌 전체에서 겪은 펑크보다 이번 대회에서 더 많이 펑크가 났다.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 현상도 있었다. 타이어에 눈에 띄는 손상 없이 갑자기 공기가 빠지거나, 아주 작은 구멍 때문에 펑크가 나기도 했다. 이는 제조 결함이나 신뢰성 문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한국타이어가 WRC 공식 타이어 공급사로 데뷔한 첫 해에 맞닥뜨린 가장 큰 시련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한국타이어, "내구성 개선 중... 국제자동차연맹과 협력해 문제 해결할 것"
WRC에서 타이어는 차량 성능과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이번 아크로폴리스 랠리에서 누빌을 비롯한 여러 드라이버가 타이어 문제로 순위가 크게 떨어지면서, 타이어 신뢰성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두드러졌다.
WRC는 여러 가지 노면(포장도로, 모래길, 눈길)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특히 모래길 랠리에서는 타이어 내구성이 가장 큰 도전으로 꼽힌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2월부터 약 8개국에서 2000km 넘게 시험 주행을 하며 신뢰성 확보에 힘썼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들은 내구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 랠리 팀의 기술 책임자 톰 파울러는 "타이어 제조사가 바뀔 때마다 큰 도전이 따른다. 여러 노면에서 성능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포장도로와 눈길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모래길에서는 내구성에 대한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누빌의 비판에 대해 "누빌의 좌절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가 겪은 문제는 우리도 공감한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 대변인 스티븐 조는 "그리스 랠리는 올 시즌 가장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온도와 트랙 상태가 예년보다 더 가혹했다. 이번 대회는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첫 시즌이기 때문에 내구성과 신뢰성에 초점을 맞춘 보수적인 접근을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 대회에서는 타이어가 잘 버텼으나, 그리스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국제자동차연맹(FIA)과 제조사들과 협력해 내구성 개선을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고온과 거친 트랙 표면이 맞물려 타이어 표면이 벗겨지는 등 예상치 못한 현상이 나타났다. 각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 앞으로 대회에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랠리 타이어의 내구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타이어는 랠리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제조사와 국제자동차연맹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랠리 레이싱에서 타이어가 차지하는 비중과 신뢰성 확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시즌을 통해 다양한 조건에서 타이어 성능을 평가하고, 내구성 강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