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9개월간 유럽 외교 '공백'… 나토 정상회의 '막판 취소', 전임 총리들과 '대조'
美 관세 협상에 발목 잡혔나… 아시아 외교 집중에도 '유럽 소홀' 비판 직면
美 관세 협상에 발목 잡혔나… 아시아 외교 집중에도 '유럽 소홀' 비판 직면

특히 이시바 총리가 지난주 네덜란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취소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동남아시아 5개국과 미국, 페루, 브라질, 캐나다 등 총 9개국을 방문하며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유럽 방문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대 총리들의 첫 9개월을 되돌아보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두 번째 임기 동안 22개국을 방문하며 적극적인 외교를 펼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소 타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들도 10개국 이상을 방문했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개국만 방문했지만, 영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는 참석했다.
이시바 총리는 아시아 외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본 정치인들의 전통적인 해외 방문 시기인 5월 휴가 시즌에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순회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결국 베트남과 필리핀만 방문했다.
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국제회의를 포함해 양자 회담을 갖지 않았다.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총리를 대신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 참석하고, 5월에는 프랑스를 방문하여 프랑수아 바이루 외무장관과 총리를 만나는 등 총리의 외교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다.
이시바 총리는 30년 만에 일본 최초의 소수 민족 정부를 이끌고 있다. 2008년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자 의회 운영을 우선시하기 위해 5월 유럽 순방 계획을 포기한 전례가 있지만, 이시바 총리의 경우는 그러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그의 외교 활동에 제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5월 연휴 하반기 동안 일본에 머물며, 무역 협상 진전에 따라 미국을 방문할 일정을 유동적으로 남겨두었다.
일본 총리의 관례는 주요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주변국인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먼저 방문하며 외교를 시작하는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 이후 총 5명이 취임 후 3개월 이내에 미국과 아시아를 방문했다.
이시바의 전임자인 기시다 총리는 이러한 관례를 깨고 영국을 먼저 방문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아시아 간의 공통 안보 문제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아시아 방문 국가들과 병행하여 유럽 국가들을 방문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022년 처음으로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를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기시다 총리는 3년 연속 NATO 회의에 참석하여 유럽 지도자들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비 증액 압박을 받고 있으며, 자유 무역 유지와 같은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이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NATO는 처음에 인도-태평양 4개국과의 정상회담을 주선하도록 미국을 설득했지만, 호주에 이어 한국도 불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모멘텀이 약해졌다. 만찬과 양자 회담 등 외교적 기회는 남아 있었지만, 이시바 총리는 결국 방문을 취소했다.
이번 NATO 회의의 주요 주제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는 것이었다. 아시아 강대국들의 불참으로 중국에 대한 논의는 생략되었고, 지도자들의 선언문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는 사라졌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수요일 "중동과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핵심 회원국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가 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방비 지출이 논의되는 포럼에서 "어쩌면 그는 가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에는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며, 그 다음 달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주요 국가들의 시선이 중동과 우크라이나로 쏠려 있다. 일본이 아시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아시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