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장난감 선풍기 넘어 '세련된 프리미엄 기기'로 변신
다이슨과 경쟁 '고급화 전략' 성공… '해외 생산' 다변화로 돌파구 모색
다이슨과 경쟁 '고급화 전략' 성공… '해외 생산' 다변화로 돌파구 모색

중국의 리튬 배터리 지배력과 탁월한 전자상거래 능력을 활용하는 선전 기반의 지수라이프(Jisulife)는 현재 40개국 이상에 휴대용 선풍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수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 중이다.
지수라이프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레오 첸(Leo Chen)은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 브랜드를 새로운 디자인 중심의 가전제품 제조업체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디자인 지향적 접근 방식의 예로는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고급 팬인 '울트라 2(Ultra 2)'가 있다. 이 모델은 최대 25시간의 배터리 수명과 일반적인 저가 옵션보다 4배 더 빠른 풍속을 자랑하며 80.99달러에 판매되어 프리미엄 시장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1년 손실을 기록한 후, 첸은 회사가 핸드헬드뿐만 아니라 클립온 및 테이블탑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는 '팬' 제품군에만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조정"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첸은 이전 사업이 너무 많은 자원을 소비하여 회사가 "더 명확하고 뚜렷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구축하도록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지수라이프는 2024년에 3천만 대 이상을 판매하고 10억 위안(약 1억 4천만 달러, 한화 약 1,940억 원)의 영업 이익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도쿄의 한 소매점에서 지수라이프 제품 가격의 일부에 불과한 휴대용 선풍기를 둘러보는 고객들의 모습은 지수라이프의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IT 엔지니어인 앤서니 테오는 지난 2월 지수라이프 울트라 1을 처음 구매한 후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는 매우 유용하다"며 "효과적이고 저렴하다면 중국 제품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수라이프는 값싼 상품을 파는 전형적인 중국 기업의 전략을 피함으로써 부분적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2023년에는 시장 평균보다 4~5배 높은 가격의 고속 프리미엄 선풍기를 출시하며 상당한 도약을 이루었다.
이 모델은 알루미늄 합금 소재 덕분에 작고 가볍다. 첸은 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객 피드백이 실제로 꽤 좋았다"고 회상하며 제품을 "혁신적이고 파괴적"이라고 평가했다.
컨설팅 회사 차이나 스키니(China Skinny)의 마크 태너 이사는 지수라이프가 BYD, 팝마트의 라부부(Labubu), 테무(Temu), 쉬인(Shein) 등과 함께 "소비자 결정 요인이 브랜드보다 가치로 이동하는 경제 주기에 힘입어 중국 브랜드에 대한 개방성"을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시에 "중국 브랜드는 디자인, 품질 관리, 마케팅 및 관리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경영대학원 학장인 루 시옹웬(Lu Xiongwen)은 지수라이프가 진공청소기와 선풍기, 초고속 모터로 구동되는 하이테크 헤어 드라이어로 유명한 영국의 다이슨(Dyson)과 경쟁하고 있다고 제안했다.
루 학장은 다이슨이 이미 드리미(Dreame)와 라이펀(Laifen)과 같은 중국 라이벌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으며, "지수라이프가 싸움에 뛰어들면서 판돈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 기업가 군대는 수입품을 대체하기 위해 '미투(me too, 유사 제품)'와 '미나(me better, 더 나은 제품)'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엄청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덧붙이며, 치열한 국내 경쟁이 이들 기업으로 하여금 해외에서 더 큰 시장을 찾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 자체의 특성도 지수라이프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논리적인 이유가 되었다. 첸은 "중국과 미국에서는 여름에 반년 동안 제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연중 내내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주, 아시아 태평양, 유럽에 지사를 둔 지수라이프는 아마존과 같은 주요 온라인 플랫폼과 이온(Aeon), 코스트코(Costco), 까르푸(Carrefour), 월마트(Walmart)와 같은 주요 소매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지수라이프의 제품은 미국과 싱가포르 아마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적인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첸은 에너지 효율성 개선과 일부 사용자가 제기한 소음 문제 해결이 여전히 과제임을 인정했다. 지수라이프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매출의 40% 차지)에서 첸은 회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첸은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우리는 관세 정책의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일부 공급 조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첸은 지수라이프가 연간 30%에서 50%의 매출 성장률을 유지하고,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해외 공급망을 강화하여 배송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나 스키니의 태너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중국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세계 정서를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는 중국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수용도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