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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 마자곤 독, 스리랑카 '콜롬보 독야드' 전격 인수…인도양서 中과 해양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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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 마자곤 독, 스리랑카 '콜롬보 독야드' 전격 인수…인도양서 中과 해양패권 경쟁

동서 해운 요충지 콜롬보항 거점 확보…인도양 물류·군사 주도권 강화 포석
함반토타항 中 영향력에 '맞불'…인도-중국, 인도양 패권 경쟁 격화
인도 국영 방산업체 마자곤 독 조선소와 스리랑카 콜롬보 독야드가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인도는 인도양의 주요 해상 거점을 확보하며 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게 됐다. 사진=옵인디아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국영 방산업체 마자곤 독 조선소와 스리랑카 콜롬보 독야드가 인수 계약을 체결한 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인도는 인도양의 주요 해상 거점을 확보하며 중국의 해양 영향력 확대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게 됐다. 사진=옵인디아
인도의 국영 방산 조선소인 마자곤 독 조선소(MDL)가 스리랑카 최대 조선소 콜롬보 독야드(CDPLC)를 인수하며,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에 맞서 인도양 내 영향력 확대와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고 인도 현지 언론 옵인디아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자곤 독 조선소 이사회는 최근 최대 5296만 달러(약 722억 원)를 투자해 콜롬보 독야드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는 안을 승인했다. 투자는 유상증자와 기존 주주로부터의 주식 매입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현재 대주주인 일본 오노미치 조선소도 지분 매각에 참여한다. 거래가 완료되면 마자곤 독 조선소는 콜롬보 독야드의 지분 최소 51%를 보유해 자회사로 편입한다. 마자곤 독 조선소의 첫 국제 인수인 이 거래는 6개월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마자곤 독 조선소 측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콜롬보 독야드는 우리에게 주요 해상 통로인 인도양 지역에서 전략적 발판을 제공한다”며 “이를 통해 마자곤 독 조선소는 국내 조선업체를 넘어 세계적인 포부를 가진 역내 해양 주체로 변모하기 시작했다”고 이번 인수의 뜻을 밝혔다. 회사 측은 이어 “‘해양 암리트 칼 비전 2047’에 발맞춘 이번 조치가 인도의 역내 해양 영향력을 키우고 마자곤 독의 세계적 입지를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상업 투자를 넘어, 인도와 중국의 영향력 각축장이 된 인도양에서 인도가 지리·정치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신중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1974년 세워진 콜롬보 독야드는 남아시아에서 가장 분주한 항구 가운데 하나인 콜롬보항 안에 자리한 핵심 해양 자산이다. 이 항구는 동서 해상 무역의 핵심 거점으로, 세계 해운과 군사 작전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인도는 자국 영토 밖에서 빠른 해상 보급과 군사 작전 지원이 가능한 거점을 확보했다. 2024 회계연도 기준 연결 매출 약 700억 원(254억 4,700만 스리랑카 루피)을 기록했으며, 상업·국방 선박의 건조, 수리, 유지보수 분야에서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 인도양 뒤흔든 ‘진주 목걸이’…中 영향력에 정면 대응

인도의 이번 결정은 스리랑카 안에서 커지는 중국의 해양 영향력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의 하나로 스리랑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왔다. 대표적으로 스리랑카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99년간 운영권을 확보한 함반토타항과, 중국이 깊숙이 관여하는 콜롬보항만도시 사업이 있다. 인도는 이런 중국의 움직임을 자국을 포위하려는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보고 인도양에서 전략 균형을 회복하려는 뜻을 드러내 왔다.

물론 콜롬보항에는 이미 인도 자본도 진출해 있다. 콜롬보 서부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은 인도의 아다니 포트가 2021년 35년간의 건설-운영-이전 계약을 맺고 올해 4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콜롬보 독야드까지 인수하며 인도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확실한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으로, 인도양에서 ‘역내 안보 제공자’가 되겠다는 인도의 오랜 정책과도 방향이 같다.

◇ ‘원양 해군’ 꿈꾼다…인도 해군력·조선업 동시 강화

이번 인수는 인도 해군에 최일선 군함, 구축함, 잠수함 등을 공급하는 마자곤 독 조선소의 역량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인도는 스리랑카에 군사·상업 물류 거점을 확보해 ‘원양 해군(Blue Water Navy)’ 건설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또한 콜롬보 독야드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걸쳐 다양한 상업·정부 고객을 두고 있어, 마자곤 독 조선소는 이 조선소의 기존 주문 물량과 기술력을 활용해 사업을 넓힐 수 있다. 이는 인도의 ‘해양 자립과 산업 통합’을 목표로 하는 ‘해양 암리트 칼 비전 2047’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거래는 전액 현금으로 진행하는 공정거래이며, 마자곤 독 조선소의 대주주나 관련 당사자의 기존 이해관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콜롬보 독야드가 지난해 매출은 줄었지만 여전히 수익성 있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재무적으로도 신중한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인수는 인도가 자국 영해를 넘어 경제적 수단을 통해 전략 목표를 추구하는 능동적인 주체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인도와 스리랑카 사이의 경제·국방 협력은 한층 강화하고 관계가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몰디브, 세이셸 등지에 해안 레이더망을 구축하는 인도가 콜롬보 독야드 인수를 통해 인도양에서의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역내 군사·상업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