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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모두를 속였나”…‘관세 회의론자’마저 전략에 손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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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모두를 속였나”…‘관세 회의론자’마저 전략에 손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 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실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간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비판적이던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가조차 "결국 트럼프가 우리 모두를 이긴 것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 같은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29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뢰크는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중국에는 30%, 다른 나라에는 10%의 관세를 유지하면서 12개월간 비관세 장벽 완화 협상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도 미국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관세 유예’ 종료 앞두고 공개된 시나리오

슬뢰크의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대규모 주식 매도 사태를 유발했던 ‘상호주의 관세’ 조치의 90일 유예 기간이 다음달 초 종료되는 시점을 앞두고 공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몇 주간 복수의 무역 파트너들과의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혀왔으나 공개적으로 확인된 성과는 거의 없는 상태다. 슬뢰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 기간을 추가로 1년 더 연장할 경우 “세계 각국과 미국 기업들이 ‘영구적인 고관세 시대’에 적응할 시간이 생기고, 시장의 불확실성도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전략은 세계 각국에는 마치 승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국 납세자에게는 연간 4000억 달러(약 556조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안겨줄 수 있다”며 “10% 수준의 관세라면 무역 상대국도 받아들일 수 있고 미국 세수도 늘어난다. 어쩌면 이 정부가 우리 모두를 속인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비판자’에서 ‘전략가 인정’으로


슬뢰크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인사다. 지난 4월에는 미·중 간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불확실성을 해소해줘야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유예 전략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손실 없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그런 ‘장기 전략’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가 월가에서 ‘항상 발을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타코(TACO)’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데 불쾌감을 드러낸 만큼 정책 철회를 꺼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