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산 시 SO2 배출 급증 우려… 中·인도 최대 79% 증가 가능성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 폭증, 칩 제조 시 질소산화물 배출… 환경 '사각지대' 경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 폭증, 칩 제조 시 질소산화물 배출… 환경 '사각지대' 경고

전기차는 운행 중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지 않아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각광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부문에서 2050년까지 CO2 배출량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연간 EV 판매량이 2022년에서 2030년까지 7,000만 대로 7배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EV를 환경 보호의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에 경고음이 울린다. 2024년 미국화학회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인도 봄베이 공과대학, 프린스턴 대학교 등 연구진은 EV 생산량을 대폭 늘릴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시나리오(현행 정책 지속, EV 보급 확대 및 중국·인도 생산량 증가)를 통해 EV 생산으로 발생하는 공기 및 기타 오염 물질의 양을 예측했다. 연구 결과, 전기차 생산 증가가 배터리용 재료 정제로 인한 이산화황(SO2) 배출량도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EV는 디젤 엔진 배기가스에 포함된 SO2와 같은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지만,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는 훨씬 더 많은 양의 SO2가 배출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고농도의 SO2에 장기간 노출되면 천식이 악화하고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2020년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등이 국제 의학 저널 랜싯 플래닛 헬스(Lancet Planetary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공기가 오염된 중국 지역에서 SO2가 16만 명 이상의 수명을 단축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V 전환 연구를 주도한 연구진은 CO2 감축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배터리 및 기타 제품에 대한 전체 공급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EV 생산이 새로운 환경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혁신적인 기술은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동시에 심각한 오염을 초래하기도 했다. 18세기에 등장한 증기 기관은 도시의 공기를 오염시켰고, 20세기 후반 화학산업 발전과 자동차 보급은 공기, 바다, 강을 오염시켰다. 세계 각국은 이러한 오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했으며, 일본은 1971년 환경청(현 환경부 전신)을 설립하여 공장 배출가스 및 폐수 처리를 통해 공기와 수질을 개선했다.
이제 선진국들의 대중적 관심은 오염 문제에서 지구 온난화 대책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극복되었다고 생각되던 환경 문제를 되살릴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AI가 그 또 다른 예시이다.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실행되는 고성능 AI는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한다.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Company)의 예측에 따르면, 완만한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2030년 미국 내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미국 전체 소비량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비율의 3배 이상이다.
AI가 사용하는 전기가 화석 연료 기반 발전에 의존할 경우, CO2와 질소 산화물(NOx)이 모두 배출된다. 또한, AI가 사용하는 칩의 제조 과정에서는 PM2.5로 알려진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유해 미립자 물질이 생성된다.
지난해 발표된 논문에서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등 연구진은 칩 제조부터 데이터센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고성능 AI 개발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의 양을 추정했다.
연구 결과, 메타의 '라마 3.1'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 과정에서 최대 1.5미터톤의 PM2.5와 13.5톤의 NOx가 생성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사이 약 4,000km 거리를 1만 회 이상 왕복하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배기가스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