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녹시딜·영양 보충제·심리 치료·생활습관 변화가 예방 핵심

브로드웨이에서 프로 댄서로 활동했던 린지 콘먼(42)은 곱슬곱슬한 딸기 금발 머리와 높은 킥, 피루엣으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그런데 샤워를 하다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지기 시작하자 자신감이 크게 흔들렸다. 이혼의 직접적 이유는 탈모가 아니었지만, 탈모로 인한 심리적 부담은 적지 않았다.
지난 29일(현지시각) 배런스(Barron's)는 현대인의 가장 큰 고통 가운데 하나인 여성 탈모의 현황과 치료법을 정리해 보도했다.
여성형 탈모는 남성과 달리 헤어라인이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미국에서만 3천만 명 이상이 여성형 탈모를 앓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 탈모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미녹시딜, DHT 차단제, 영양 보충제, 레이저· PRP 등 다양한 치료법이 도입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 영양 결핍, 스트레스, 생활습관 등 원인도 다양해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피부과 의사이자 펠라지 제약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티나 웽 박사는 "남성보다 탈모에 대해 걱정하는 여성이 더 많다"며, "여성형 탈모는 정수리와 두피 전체가 점점 가늘어지는 형태로 나타나지만, 헤어라인은 대체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웽 박사는 치료법을 네 가지로 나눴다. 약물, 심리 치료, 영양 보충제, 생활습관 변화다.
반면, 뉴욕대학교 랭곤 헬스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남성의 80% 이상이 탈모를 경험하며, 5천만 명이 남성형 탈모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 약물 치료와 표적 요법
가장 많이 쓰는 약물은 미녹시딜이다. 미녹시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한 유일한 탈모 치료제로, 여성에게는 2% 농도가 권장된다. 웽 박사는 "미녹시딜이 모낭 속 효소를 활성형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에게 더 효과적"이라며, "전체적으로 미녹시딜에 반응하는 환자는 30%에 그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물로는 스피로놀락톤이 있다. 이 약은 유전적 탈모의 원인이 되는 테스토스테론 유도체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를 막아 탈모를 줄인다. 웽 박사는 "스피로놀락톤은 유전적 탈모와 호르몬 문제 또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동시에 가진 여성에게 특히 효과적이지만,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약물은 대부분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최근 10년간 여성 탈모 치료 시장에는 레이저 치료,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PRP) 주입, 줄기세포 치료 등 새로운 표적 요법이 등장했다.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에 있는 콘먼 연구소 모발 전문의 윌리엄 가우니츠는 "이런 치료법은 수천 달러(수백만 원)에 달하며, 대부분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우니츠는 "치료 전 혈액 검사를 통해 영양 결핍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영양 보충제와 생활습관 변화
가우니츠는 "자신이 치료한 10만 명이 넘는 여성 중 영양 부족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타민 D3가 부족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철분 저장 단백질인 페리틴 결핍, 비타민 B12 결핍 순이었다. 그는 "유행하는 다이어트 때문에 유전적 탈모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폐경기를 겪는 여성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줄어들어 모발 보호 효과가 약해진다. 가우니츠는 "비타민 D3나 B12 보충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오틴 보충제에 대한 오해가 많지만, UCLA 헬스 피부과 전문의 캐롤린 고 박사는 "비오틴이 부족하지 않다면 보충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도 여성 탈모의 주요 원인이다. 가우니츠는 "수면 부족은 부신과 갑상선에 영향을 미쳐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피하고 밤에 7~8시간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진단과 자가 테스트, 사례
탈모의 원인을 정확히 찾으려면 전문 진단이 필요하다. 메이요 클리닉은 두피 생검, 광학 현미경 검사, 혈액 검사 등을 권한다. 여성은 집에서도 간단한 모발 뽑기 테스트를 할 수 있다. 가우니츠는 "머리 전체에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잡고 부드럽게 뒤로 넘기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처음에 네 가닥 이상, 두 번째에 세 가닥 이상 머리카락이 손에 남으면 고민해 볼 만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린지 콘먼은 비타민 D3 보충제와 천연 DHT 차단제를 먹고 헤어 케어 루틴을 바꾼 결과, 곱슬곱슬한 딸기 금발 머리카락을 되찾았다.
웽 박사는 "가장 좋은 치료는 환자가 꾸준히 하는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최소 6개월은 지나야 변화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2023년 2월 28일 발간한 '데이터분석으로 본 탈모화장품 산업'에 따르면, 전 세계 탈모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210억 달러(약 28조 3000억 원)으로 예상되며,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