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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BIS, '세계 경제, 결정적 변화 순간 직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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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세계 경제, 결정적 변화 순간 직면' 경고

무역 긴장·지정학 불안·부채 증가에 금융 시스템 단층선 드러나
S&P500·나스닥 50%↑ 사상 최고치, 달러 10% 하락, BIS 순이익 12억 달러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적신호'
2018년 4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 회의에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과 사진을 찍은 후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아구스틴 카르스텐스가 떠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 4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 회의에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과 사진을 찍은 후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아구스틴 카르스텐스가 떠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경제가 '큰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경고가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나왔다. 지난달 29(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무역 긴장과 지정학적 불안이 세계 금융시스템의 단층선을 드러낼 위험이 커졌다.

BIS의 퇴임 총재 아구스틴 카르스텐스(전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2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과 정책 변화가 오랜 기간 쌓아온 경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커진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면서 "이런 상황은 중앙은행을 비롯한 기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시험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9일로 예고한 무역 관세 시한을 일주일 앞두고 발표됐다. 카르스텐스 전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 관련해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에 마찰이 생기는 건 어느 정도는 예상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보호무역주의와 무역 파편화가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와 생산성 성장 둔화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고령화, 기후변화,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문제 등도 세계 경제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런 와중에 충격에 대처하는 힘도 약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크게 오르면서 사람들이 가격 변동을 더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 공공 부채가 늘어나면서 금융시스템이 금리 변화에 더 취약해졌고, 정부가 위기 때 돈을 쓸 수 있는 여력도 줄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서는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각각 50%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다우지수도 1% 상승했다.

◇ 글로벌 금융시스템 취약성과 부채 위험


카르스텐스 전 총재는 부채가 늘어나는 추세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안 된다" 군사비 지출이 늘면 부채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IS의 주요 경제자문관 현성신 교수는 달러 가치가 올해 들어 10% 떨어져 1970년대 자유변동환율 도입 이후 가장 큰 상반기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 하락이 미국 자산에서 대규모 돈이 빠져나간다는 증거는 아니다"라면서 "국부펀드와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미국 외 국가들이 국채 등 미국 자산을 팔면서 최근 달러 하락에 큰 영향을 줬다"면서 "아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신호는 없다"고 덧붙였다.

◇ BIS 재정 성과와 스테이블 코인 경고


BIS는 지난주 스테이블 코인의 급격한 상승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재정 성과를 보면 BIS는 8억4370만 IMF 특별인출권(SDR, 약 12억 달러·약 1조6100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총 포괄이익은 34억 SDR(약 53억 달러·약 7조150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화 예금도 신고점을 찍었다.

카르스텐스 전 총재는 "BIS가 신용도를 높이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BIS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무역 긴장, 지정학적 불안, 부채 증가, 인플레이션 등 복합 위험에 직면해 있음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경고했다. S&P500, 나스닥 지수의 사상 최고치, 달러의 10% 하락, BIS의 순이익 12억 달러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불확실성이 드러났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변화를 '금융시스템의 단층선이 드러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