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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병목 현상 여전…AI로 품질 혁신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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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병목 현상 여전…AI로 품질 혁신 가속

시진핑, 산업 자립 강조하며 뤄양 베어링공장 방문…서방 수출통제가 기술개발 동력으로 작용
2022년 7월 21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독일 엔지니어링 그룹 보이스의 공장을 방문한 한 직원이 정부 주최 미디어 투어에서 차량 부품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7월 21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독일 엔지니어링 그룹 보이스의 공장을 방문한 한 직원이 정부 주최 미디어 투어에서 차량 부품 생산 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허난(河南)성 뤄양에 있는 베어링 제조공장을 찾아 "핵심 기술을 완전히 손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달 30(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는 중국이 여전히 수십 개 산업에서 '기술 병목'을 풀지 못한 상황에서 제조업 자립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베어링 시장을 갖고 있지만, 530억 달러(717600억 원) 규모인 세계 베어링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생산 몫은 25%에 그치고 있다. 스웨덴 SKF가 펴낸 해마다 보고서를 보면, 스웨덴 SKF, 독일 셰플러, 미국 팀켄, 일본 NSK· NTN· JTEKT 같은 상위 6개 제조업체가 세계 베어링 시장의 55%를 차지한다.

◇ 중국 제조업 품질 격차, 아직도 좁혀지지 않아

우한과학기술대학교 연구진이 2020년에 한 연구를 보면, 미세한 구조 결함 정도와 치수 정확도를 맞추는 면에서 중국 기업과 스웨덴·일본 경쟁사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나타났다. 중국 투자그룹 카이위안증권이 지난해 펴낸 연구보고서에서도 중국 베어링 제조업체가 만드는 중고급 제품은 여전히 전체 생산량의 약 20%에 그친다고 봤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세계 4위 베어링 제조업체 NTN에서 베어링 제품 설계를 맡은 부책임자 사다츠네 카자마는 "중국 그룹이 지금 제조 기술에서는 업계 1위 업체와 비슷하지만, 설계 능력에서는 여전히 뒤처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들은 100년 동안 베어링을 만들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품질, 믿을 만함, 뒤처리 지원에서 여전히 앞선다"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일본 정부 산업정책 관계자는 "중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놀랍지만, 정밀 기술을 만들기 시작한 지 20년도 되지 않았다""제품이 30년 이상 써야 하는데 아직 그들 제품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품질 크게 개선...불량률 10%3%로 뚝

하지만 중국 제조업체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써서 품질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항저우 외곽에 있는 딥비전 테크놀로지 창립자 왕 슈아이린(王帥林·38)"원래 성형수술용으로 만든 이미지 처리 기술을 다시 써서 2마이크로미터(0.002mm) 크기 베어링 결함까지 찾아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딥비전 검사 시스템은 인공지능 칩과 이미지 센서를 결합해 베어링의 모양, 크기, 구조에서 미세한 결함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장비다. 왕 슈아이린은 "딥비전 검사 시스템을 들여온 한 중국 고객사는 고객에게 팔 수 있을 만큼 좋은 볼베어링 비율이 90% 아래에서 97%로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고객사는 품질 관련 고객 불만이 해마다 400건에서 2~3건으로 줄었고, 검사 인력도 150명에서 몇 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독일산업연맹 중국 주재 수석 대표 엘리사 회르하거는 "많은 외국 기업들이 정밀도와 엔지니어링 뛰어남으로 이름을 얻어 고품질 산업 제품에서 여전히 확실한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 경쟁사들이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2018년 국영 신문인 과학기술일보를 통해 중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산업 약점을 정리한 35개 기사를 연달아 냈다. 조지타운대학교 안보신흥기술센터 분석가들은 이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14개 기술을 골라냈다. 하지만 프린스턴대학교 중국 산업정책 연구원 카일 챈이 이를 분석한 결과, 중국은 여전히 이런 기술 병목을 "주요 문제"로 여기고 있지만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2018년에 찾아낸 기술 병목 가운데 나중에 풀린 것에는 고급 무선 주파수 부품과 운영 체제(화웨이가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 기술), CATLBYD 같은 중국 공급업체가 지금 세계를 이끌고 있는 리튬 배터리 분리막, 중국 공급업체가 차지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쓰이는 레이저 센서인 라이다가 있다.

컨설팅회사 차이나 폴리시가 독일산업연맹 의뢰로 지난 5월 펴낸 연구를 보면, 중국에 있는 400만 개 공장은 인공지능을 산업에 쓰는 효과를 확인하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하지만 베이징이 앞으로 10년 동안 대부분 큰 공장에서 고급 수준 스마트 제조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움에 따라 이런 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챈은 "서방의 수출 통제 위협과 팬데믹 기간 외국 공급업체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것이 베이징의 기술 자립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봤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지난 2월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 "화웨이가 2028년까지 중국 반도체 공급망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2000개가 넘는 기업 연합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목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공식 무역 자료를 보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수입 포토리소그래피 기계 값이 지난 10년 동안 125억 달러(169000억 원)에서 470억 달러(636000억 원)으로 거의 4배 늘었다. 일본 그룹 니키소는 항공기가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엔진 케이스에 쓰이는 탄소섬유 복합소재에서 90% 시장 몫을 갖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법학 교수이자 중국 기술 규제 전문가인 안젤라 후유에 장은 "중국이 진짜 바라는 것은 자급자족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을 북돋우는 것이며, 이는 결국 중국 공산당의 정당성을 강하게 하는 결과"라고 풀이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