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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무역 압박, 日 협상 결렬 속 ‘역풍’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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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무역 압박, 日 협상 결렬 속 ‘역풍’ 가능성 커져

지난 2월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해방의 날’ 관세 재부과 시한을 앞두고 각국과의 무역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일본과의 주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전체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관세 유지 방침에 일본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국 간 무역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정치·법적 리스크 겹쳐…“日 압박, 오히려 협상력 약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를 명분으로 일본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고수하고, 쌀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 측은 “이같은 관세가 유지되는 한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자율수출규제(VER) 등 1980년대식 압박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으나 일본은 수용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WSJ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동차와 쌀을 둘러싼 불리한 합의가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중의원 선거(7월 20일)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핵심 축으로, 정부가 물러설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가 사용한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인 ‘비상 권한’ 자체가 이달 말 항소심 판단을 앞두고 있어 향후 법적 정당성 논란도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레터 전략’과 시한 압박…협상 아닌 일방통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협상 상대국에 보낼 서한을 거론하며 일방적인 통보 방식의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과의 협상이 교착되자 그는 “우리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한을 연장할 생각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WSJ는 “각국이 미국의 목표와 일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협상에 나서기보다 불확실성 해소를 기다리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 외에도 한국, 캐나다, EU 등도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 “美 요구 수위 지나치다”는 경고…中 견제 노림수도 ‘역효과’


한편,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중국산 우회 수출을 차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일부 국가는 이 요구조건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협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수출국들은 “중국과 미국 어느 한쪽을 택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제동을 걸고 있다.

WSJ는 “트럼프가 초기에 강조했던 ‘90일간 90개 무역합의’는 이제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다”며 “국제 정치의 복잡성과 국내 정치의 제약, 협상 방식의 불투명성이 맞물리며 오히려 미국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