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잡초 제거 로봇 도입 확산으로 인력 부족 해결, 2036년 1880억 달러 시장 전망

미국 농무부(USD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 농업 인력의 17%는 H-2A 비자로 들어온 임시 이주 노동자가, 42%는 불법 이민자가 맡았다. 이처럼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AI 로봇 도입이 농업 현장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 현장 투입한 AI 농업 로봇, 놀라운 성과 입증
AI 농업 로봇 개발업체 파이네스트(Pynest)의 로만 릴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개발한 자율 잡초 제거 로봇은 50에이커(약 20만㎡) 규모 농지를 8시간 만에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10명이 이틀에 걸쳐서 했던 일"이라며 "우리 농장주들은 계절별 손 잡초 제거 작업 시간을 약 70% 줄였다"고 설명했다.
릴코 CTO는 최근 시험 결과를 들어 "AI 로봇이 하루에 160만 개 잡초를 제거했는데, 이는 12명 작업자와 같은 성과"라며 "에이커당 총비용은 32% 절약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농장주들이 가장 놀란 것은 속도가 아니라 일관성이었다"며 "로봇은 잡초가 많이 나는 성수기에도 아프다고 결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딸기 재배 전문업체인 위시팜스(Wish Farms)와 손잡은 하베스트 크루 로보틱스(Harvest CROO Robotics)의 조 맥기 최고경영자(CEO)도 "딸기는 3일마다 따야 하는 가장 손이 많이 드는 작물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 AI 수확기는 25명과 같은 일을 16시간에 마친다"고 말했다.
선적 컨테이너 크기의 이 AI 수확기는 카메라로 길을 찾아가며 로봇 팔로 빠르게 잘 익은 딸기를 골라내 무게를 재고 포장까지 한다. 맥기 CEO는 특히 품질 관리에서 AI가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따는 것의 잘못된 비율은 약 10%이지만 AI로는 이를 0%로 줄일 수 있다"며 "계절 일꾼들은 가능한 한 많은 양을 수확하려는 돈벌이 동기가 있어 품질 판단이 소매판매 기준과 항상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농작물이 제대로 팔리지 못하면 농장주에게는 큰 손실이다. 농무부에 따르면 농산물은 포장할 때 품질이 떨어져 3%가 버려지고, 소매점에 갈 때도 18%가 또 버려진다. 하지만 AI 수확기는 딸기를 따자마자 겉모습을 꼼꼼히 살펴보고 무게도 잰다. 소매점에서 파는 기준에 맞지 않으면 아예 포장하지 않아 농장주 손실을 줄여준다.
◇ 2036년 1880억 달러 시장 전망, 북미가 앞장
세계 농업로봇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에 따르면 농업로봇 시장 규모는 2023년 134억4000만 달러(약 18조6600억 원)에서 2036년 1880억 달러(약 261조 원)로 해마다 평균 22.5% 자랄 전망이다.
다른 조사기관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츠는 시장 규모를 2024년 73억3000만 달러(약 10조1700억 원)에서 2032년 263억3000만 달러(약 36조5600억 원)로 해마다 평균 18.3% 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지역이 2024년 기준 38.55% 점유율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현재 매년 약 40만 명의 H-2A 인증 노동자가 미국에 들어온다고 농무부는 밝혔다.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합법·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국 가정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 보장에 불균형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맥기 CEO는 합법 노동자들도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며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장주가 계절 노동자들을 데려오고 수송하고 숙소를 제공하는 데 수천 달러를 쓰는데도 많은 이들이 계약 중간이나 끝나기 전에 "도망친다"는 것이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 회복력 있는 농업 AI연구소의 바스카 가나파티수브라마니안 소장은 "AI와 농업이 만나는 매우 흥미진진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상당한 발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디어 같은 중장비 제조업체들도 운전자 없이 경작과 파종을 하는 완전 자율 트랙터로 AI 농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AI & 소사이어티 학술지에 실린 2023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는 지난해 240만 개 농업 일자리가 있었고, 농장주 56%가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 높은 초기 비용이 걸림돌…한국도 대응을 서둘러야
AI 농업로봇의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과제다. 자율 트랙터 기본 가격만 50만 달러(약 6억9000만 원)에 이르고, 유지보수와 전력 비용이 따로 든다. 맥기 CEO는 "현재 우리는 수확기 1대를 갖고 있지만 다른 농장들의 주문은 1500대에 이른다"며 "플로리다 한 농장주는 165대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AI 농업 시장 투자 규모는 2023년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수준에서 2030년까지 해마다 평균 25% 이상 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AI 농업로봇 성공 사례는 한국 농업계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한국 시장조사기관 분석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4년 233억7000만 달러(약 32조4500억 원)에서 2035년 849억6000만 달러(약 117조9700억 원)로 해마다 평균 12.45% 자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농기계 시장이 친환경·전기 농기계 중심으로 바뀌는 만큼, 한국 농기계 기업들도 전기 농기계,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배터리 기술과 합쳐 전기 농기계 시장에서 세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