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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에도 질주한 세계증시… 유럽 '환호' 한국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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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발 관세에도 질주한 세계증시… 유럽 '환호' 한국 '선방'

그리스 연초 대비 60% 폭등… 유럽 국가들, 수익률 상위 휩쓸어
韓, 30%대 상승률로 아시아 최고… 정치 불안 태국·튀르키예 최하위
2025년 상반기 세계 증시가 트럼프발 관세 파고를 넘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리스가 60% 폭등하며 유럽 증시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반면, 한국은 30%대 상승률로 아시아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상반기 세계 증시가 트럼프발 관세 파고를 넘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유럽과 아시아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리스가 60% 폭등하며 유럽 증시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반면, 한국은 30%대 상승률로 아시아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AFP/연합뉴스
2025년 상반기 세계 주식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공세 충격에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유럽이 예상 밖의 강세를 보이며 시장을 이끈 가운데 아시아 시장은 혼조세를 보였고, 그 속에서 한국 증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 시장의 2,500개 이상 주식을 추종하는 MSCI 전세계지수(ACWI)는 올해 들어 지난 7월 4일까지 10% 가까이 올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모닝스타 자료를 보면, 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국가는 유럽에 집중됐다. 그리스, 폴란드, 체코, 스페인이 나란히 연초 대비 수익률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탓에 미국 자산 신뢰가 흔들리면서 미국 증시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이 시작한 세계 무역 전쟁이 미국 외 시장의 초과 수익률을 이끈 촉매제가 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 성과가 엇갈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단연 돋보였다. 반면 태국,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순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 예상 깬 유럽의 '질주'… 그리스 60% 수익률

올해 최고의 주식 시장은 연초 대비 60% 가까이 폭등한 그리스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본다. 애버딘의 가브리엘 색스 세계 신흥시장 주식 투자 이사는 "그리스는 경제 회복, 은행 개혁, 강력한 관광 산업 덕분에 한동안 동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재정 흑자 달성 약속과 구제금융 조기 상환도 투자자 신뢰를 높였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조지 에프스타토풀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리스 증시는 은행주 비중이 높은데, 이들 은행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고 있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란드와 체코가 각각 56%, 52%의 수익률로 그 뒤를 이었으며, 상위 10개국 가운데 8개국이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였다. 유럽의 이러한 강세 배경에는 경기 회복, 주가 저평가, 연초 미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모닝스타의 마이클 필드 EMEA 최고 주식 시장 전략가는 "유럽 시장은 올 상반기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며 "이는 연초의 '셀 아메리카' 움직임과 유럽 경제 상황 개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독일이 수십 년간 이어진 긴축 정책을 끝내고 재정 확대로 돌아선 것이 유럽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나티시스의 시장 전략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역설적으로 유럽의 성장 동력을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관세 전쟁 영향을 덜 받는 유럽 방산주와 은행주가 상당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비우스 이머징 오퍼튜니티 펀드의 마크 모비우스 회장도 "유럽 방산주와 은행 부문은 관세 전쟁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말했다.

◇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주춤한 미국 증시

미국 주식 시장 지수는 올해 들어 7%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지난 4월 빨라졌던 미국 자산 이탈 흐름은 최근 S&P 500과 나스닥 종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반전됐다.

◇ 혼조세 띤 아시아… 한국, 30% 급등하며 '선방'

아시아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2025년 인상적인 재기에 성공, 연초 대비 30%가 넘는 상승률로 지역 내 선두를 차지했다.

유안타증권의 대니얼 유 세계 전략가는 "국내 정치 혼란과 25%의 대미 수출 관세에도 관세율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전망은 상당히 양호하다"며 "오는 8월 1일까지 협상이 이어진다면 관세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에머 캐피털 파트너스 리미티드의 마니시 라이차우두리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수출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잘 견뎌낼 것으로 보이며, 가격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미국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개선된 투자 심리와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모닝스타의 카이 왕 선임 애널리스트는 "AI 반도체와 조선 등 핵심 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 파문 끝에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후보가 승리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견제 대상이었던 중국 증시는 연초 대비 17% 이상 올랐다. HSBC는 위안화 강세, 기업 실적 개선, 정책 지원 등을 하반기 상승 동력으로 꼽았다. 다만 HSBC 첸하이 증권의 스티븐 선 리서치 책임자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없는 가운데 전반적인 경제 성장은 계속 압박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정치 불안의 늪… 태국·튀르키예 최하위권 추락

태국은 세계 성과 순위 최하위를 기록했다. 태국 증시는 정치 혼란과 부패 스캔들, 경제난에 더해 자동차 부품 수출에 타격을 준 미국 관세 여파로 연초 이후 13% 넘게 떨어졌다. 애버딘의 색스 이사는 "태국은 더딘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정치 불안이 소비자 신뢰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튀르키예 증시는 정치 탄압, 고삐 풀린 물가 상승, 리라화 약세(연초 대비 13% 하락)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해 태국 다음으로 부진한 성과를 냈다. 색스 이사는 "이스탄불 시장 체포 사건이 낙관론의 싹을 잘라버렸다"며 신뢰할 만한 정책 변화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고 보았다.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리라화 가치 폭락이 투자자 신뢰 상실과 자본 유출을 심화시켰다"고 덧붙였다.

2025년 상반기 세계 주식 시장은 전반적인 강세를 보였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연초 대비 하락한 시장은 세계 5곳에 불과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에프스타토풀로스 매니저는 "최악의 부정적 충격은 지나갔을 수 있다"며 "중국 같은 핵심 시장이 경제를 부양하고 있고, 연준도 느리지만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OCBC의 바수 메논 투자 전략 상무이사는 "상반기 수많은 역풍에도 시장은 좋은 성과와 회복하는 힘을 보였다"면서도 "하반기에도 세계적인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무역, 관세, 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된다면 하반기에도 시장이 역풍을 이겨내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불확실성은 여전한 가운데, 주요국의 정책 변화와 세계 경기 회복세에 따라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