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유럽·호주로 수출 42% 늘어...미국 비중 68%로 줄었지만 "공급망 구조상 한계" 지적

캐나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년 동안 캐나다의 대미 수출 비중은 6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대외 수출은 약 42%(57억 캐나다 달러) 늘었지만, 대미 수출은 15%(77억 캐나다 달러) 줄었다. 대미 수출 감소분을 영국, 유럽, 호주 등 다른 시장에서 일부 만회했으나, 미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여전하다.
◇ 금·석유·우라늄 등 영국·EU로 수출 크게 늘어
수출 다변화는 품목과 국가 모두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5년 5월 한 달 동안 캐나다의 대영국 금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금액 기준 473%, 물량 기준 312% 늘었다. 영국은 최근 3개월 연속 중국을 제치고 캐나다의 두 번째 수입국이 됐다. 같은 기간 석유, 우라늄, 의약품 등도 유럽연합, 호주, 인도네시아 등으로 수출이 늘었다.
싱가포르, 이탈리아,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호주, 브라질, 독일, 일본 등 다양한 나라로의 수출도 크게 늘었다. 특히 영국은 2024년 5월 13억2500만 캐나다 달러에서 2025년 5월 53억2800만 캐나다 달러로 302% 늘어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싱가포르는 204%, 이탈리아는 103%, 네덜란드는 88%, 인도네시아는 70% 늘었다.
◇ "미국 대체는 어렵다...공급망 구조상 한계" 분석
이 같은 수출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대미 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수출개발부(Export Development Canada) 스튜어트 버그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변화는 캐나다의 다각화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사업을 대체하려는 시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버그먼 이코노미스트는 "금괴 수출이 영국으로 급증하는 현상은 위기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다시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 무역 컨설턴트 마이크 치졸름(Mike Chisholm)은 "캐나다 기업 일부가 해외에 사무소를 내고 있지만, 수십 년간 이어진 공급망과 무역 구조 때문에 미국과의 높은 연계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캐나다 정부와 기업들이 다각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수출 구조 변화의 배경과 한계
업계에서는 이번 수출 구조 변화의 배경에 미국의 고율 관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4월 선거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승리했다. 그러나 2025년 3월부터 5월까지 영국이 중국을 제치고 캐나다의 두 번째 수출 시장이 됐음에도,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68%에 이른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캐나다가 다양한 동맹국과의 무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부 나라와의 교역은 전체 수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단기간에 크게 바뀌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캐나다 정부는 7월 21일까지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협상 결렬 시 추가 대응도 검토 중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길어질 경우, 캐나다의 수출 구조 변화가 계속될지 주목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