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감면·예산 확대에 미국 산업계 희비 뚜렷...복지·재생에너지·IT기업 부담 증가

◇ 사모펀드·방위산업 '수혜'...재생에너지·IT기업 '직격탄'
사모펀드와 금융권에서는 우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사모펀드와 사적 자본시장에는 유리한 조항이 다수 들어갔다. 성과보수(캐리드 이자)에 대한 세제상 허점이 그대로 남아 블랙스톤, 아폴로 같은 대형 투자사는 고율 소득세 대신 장기 자본이득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이랜드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페드로니 대표는 "사적 자산 업계에 매우 큰 승리"라고 말했다. 부채 이자와 감가상각 공제 확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예산 절반 삭감도 금융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일부 사모신용기금 세액공제 확대는 최종 법안에서 빠졌다.
국방부 예산은 1조 달러(약 1375조 원)을 넘어 1500억 달러(약 206조 원)이 추가됐다. '골든 돔' 미사일 방어체계(230억 달러, 약 31조 6200억 원)과 무인선박 조선(280억 달러, 약 38조 4900억 원) 등 대형 사업이 포함됐다. 록히드마틴, RTX, 제너럴다이나믹스, HII 등 방위산업체가 직접 수혜를 입었다. 월가에서는 "방위산업이 최대 수혜 업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석탄 등 화석연료 업계는 세액공제 확대와 규제 완화로 예상 밖의 이익을 챙겼다. 야금용 석탄 생산업체는 2029년까지 비용의 2.5%를 세금에서 공제받는다. 람코 리소스의 랜들 앳킨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 복지·재생에너지·IT기업 '타격'...저소득층 부담 늘어
복지·의료 분야는 울상이다. 메디케이드 등 사회복지 예산은 12% 줄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으로 2034년까지 건강보험 미가입자가 1180만 명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식품지원 프로그램(SNAP) 예산도 90억 달러(약 12조 3700억 원) 줄었다. 모건스탠리는 "저소득층 식료품 지출에 직접 타격"이라고 밝혔다. 전국식료품협회 스테파니 존슨 부사장은 "저소득 지역 식료품점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IT기업에도 큰 카격이 될 것 같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도입한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는 단계적으로 종료된다. 전기차 세금 인센티브도 9월 이후 사라진다. 테슬라 등 전기차·재생에너지 기업, 배터리 제조사는 세제 혜택 감소로 직접 타격을 받았다. 38 노스 벤처스(North Ventures)의 아이작 브라운은 "지열·수력·원자력만 일부 혜택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업도 국가 주도 규제 유예안이 상원에서 부결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대기업은 추가 규제에 직면하게 됐다.
◇ 대학·고등교육에도 고통
학생 한사람 앞에 기부금 200만 달러 넘는 대학에는 최대 8%의 세금이 붙는다. 웰즐리대 필립 레빈 교수는 "하버드대는 해마다 2억 6700만 달러(약 3670억 원) 세금 부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 연방 의료·영양 지원 삭감이 대학 등록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이 "법인세 인하, 방위산업·사모펀드·화석연료에 강한 호재, 복지·재생에너지·IT기업에는 불리한 구조"라는 평가가 많다. 소매업계는 800달러 미만 수입품 관세 면제 폐지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저소득층과 일부 중소형 병원, 재생에너지·IT기업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 법안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22%까지 오르고, 5조 달러(약 6874조 원)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