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자금 지원 재개·민간 개방 논의…‘책임법’과 지역 반발이 최대 장애

인도는 현재 전체 발전량의 약 3%를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현재 8.8GW인 원자력 발전 용량을 20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인도 최대 전력 생산업체인 NTPC(엔티피시)는 미국, 한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대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이 수십 년 만에 원자력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다시 시작하면서 투자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NTPC, 대형 원전 추진과 국제 협력 확대
NTPC는 라자스탄에 새로 짓는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환경과 산림 허가를 이미 받았다. 이 발전소가 완공되면 15GW의 추가 용량이 확보돼 인도 원자력 발전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에 기술 이전 조항이 포함돼,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NTPC 같은 공기업이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에서 장기 저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인도 은행이 제공하지 못했던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세계은행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손잡고 개발도상국 원자력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했다. 아제이 방가(Ajay Banga)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달 “원자력 에너지는 저탄소 경제를 추구하는 국가에 꼭 필요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NTPC와 인도원자력공사(NPCIL) 등은 국제 자본 유입으로 미뤄졌던 수십 건의 원자력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 ‘책임법’과 지역 반발…민간 개방 논의도
정부는 그동안 엄격히 통제해온 원자력 발전 사업을 민간에 일부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외국인 지분 참여 역시 소수 지분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08년 인도-미국 민간 핵 협정 이후 가장 큰 정책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인도의 원자력 확대에는 제도와 법률의 벽이 여전히 높다. 2010년 제정된 ‘핵 피해 민사책임법’은 사고가 나면 장비 공급업체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미국), EDF(프랑스), GE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다. 이 법은 보팔 가스 참사 이후 도입됐지만, 국제 기준과 차이가 커서 개정 논의가 수년째 멈춰 있다.
자금과 기술이 충분해도 원전 부지 주변 주민들의 환경·안전 우려로 대형 사업이 미뤄지는 일도 많다. 마하라슈트라의 9900MW 자이타푸르, 안드라프라데시의 6600MW 코브바다 사업 등은 아직 착공이 불투명하다.
◇ 기후변화·에너지 안보 속 원자력 재조명
시장에서는 최근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화석연료 값 상승 등 세계적 변화가 원자력 발전의 재부상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인도는 우라늄과 토륨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제도 개혁에 성공하면 원자력 확대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인도 정부와 NTPC 등 제도적 주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책 모순과 책임법, 민간 참여 제한 등 구조적 장애물이 풀리지 않으면 대형 원전 확대 계획은 실현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