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출산 기피 요인으로 AI 지목… 노인 돌봄 로봇 부상, 국가 연금 압박 가중 우려
전문가 "기술 혁신, 인구 문제 해소 잠재력… 과도한 데이터 축적은 오히려 위험" 경고
전문가 "기술 혁신, 인구 문제 해소 잠재력… 과도한 데이터 축적은 오히려 위험" 경고

결혼과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중국 젊은 세대에게, AI는 역설적으로 노후 대비와 정서적 유대감 형성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베이징 공공 부문 근로자 우 루오시는 AI가 노인 돌봄 로봇의 보편화로 미래에는 결혼과 출산의 인센티브를 줄여 인구 감소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베이징 대학 인구학자 리젠신 교수는 이러한 기술적 변화가 반드시 나쁜 소식만은 아니며, AI 혁명이 삶, 죽음, 가족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여 인구 문제에 대한 전통적 우려를 무용지물로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늘날 사회는 산업 사회에서 지능 사회로 전환하며 탄생과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 개념을 재구성하거나 심지어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기술 혁신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AI에 의한 의료 발전이 가속화되면 나이가 들어도 사망 위험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미래, 즉 '디지털 불멸성'의 개념까지도 현실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AI 시대의 영향이 "엄청나고 혁명적일 것"이므로,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더 이상 과거의 틀 안에서 인구 통계학적 문제를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라는 인구 통계학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24년 말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2%를 차지하며 2040년에는 2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민대학교 리팅 교수는 AI가 더 나은 서비스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여 결혼·출산 기피를 유발하고, 의료 기술 혁신으로 기대 수명을 연장하여 고령화를 심화시키는 두 가지 주요 경로를 통해 인구 구조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능형 노인 요양 기기 개발을 촉진하고 로봇 배치를 가속화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민대 리팅 교수는 AI가 인구와 경제 성장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육체적·정신적 노동 대체, 노인 건강 개선, 노동 수명 연장 등 여러 방식으로 중국의 인구 역학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더 복잡하다. 베이징 대학 인구학자 리젠신은 기대 수명 증가는 고령화 사회의 도전과 비용 증가를 동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시나리오에서 AI가 향후 몇 세기 동안 전 세계 인구의 재앙적인 감소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수바시 칵 교수는 AI로 인해 인간이 빠르게 불필요해지면서, 가족 부양 비용과 실직 우려 때문에 자녀를 갖는 것을 더 꺼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유럽, 중국, 일본, 한국에서 이미 급격한 인구 감소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싱크탱크 유와 인구 연구소의 황 웬정은 AI가 낮은 출산율을 보상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지만, 이를 "말 앞에 수레를 놓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인간은 노동을 넘어 존재 자체로 가치를 지니며, 수요 창출, 유전자·언어 전파, 똑똑한 뇌 탄생 능력에서 독특하다고 강조한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I 시대에 기술 개발이 데이터와 수요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구 규모가 더욱 중요하다고 믿으며, 주요 강대국 간 기술 경쟁에서 인구 규모는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AI가 중국 인구 감소의 해법이 될지, 혹은 문제를 심화시킬지에 대한 복합적인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