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WHO 年 340억 달러 팬데믹 예산 논란…미국 탈퇴로 '백신 vs 위생' 갈등 폭발

글로벌이코노믹

WHO 年 340억 달러 팬데믹 예산 논란…미국 탈퇴로 '백신 vs 위생' 갈등 폭발

케네디 '대안 보건기구 만들겠다' 선언…전문가들 "기업이익 추구 vs 건강 우선" 첨예 대립
정책과 노선을 두고 갈등에 휩싸인 세계보건기구(WH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정책과 노선을 두고 갈등에 휩싸인 세계보건기구(WHO). 사진=로이터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나가면서 세계 공중보건의 미래를 두고 근본적인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에포크타임스가 지난 13(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보면, 팬데믹 대응 중심의 백신·감시 체계에 힘을 쏟는 방법과 영양·위생·경제개발 같은 기본 건강 늘리기에 집중하는 방법 사이에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은 지난 5월 제78차 세계보건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세계 보건 장관들과 WHO가 우리의 탈퇴를 경종으로 삼기 바란다""같은 생각을 가진 나라들과 다른 세계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총회에서는 세계 첫 팬데믹 협정이 찬성 124, 반대 없음, 기권 11표로 통과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년에 걸친 WHO 탈퇴 절차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행정부는 2020년에 이 과정을 시작했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방향을 바꾼 바 있다. 아르헨티나도 WHO에서 탈퇴한 상태다.

◇ 해마다 340억 달러 팬데믹 예산 vs 기본 건강관리 투자 다툼
세계 공중보건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데이비드 벨 박사는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팬데믹의 위험과 발병 위험에 대한 모든 메시지는 거짓"이라며 "WHO와 세계은행, G20 등이 모두 팬데믹 위험에 대해 심하게 부풀리거나 거짓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벨 박사가 이끄는 연구모임 REPPARE(팬데믹 대비 및 대응 의제 재평가)의 분석을 보면, G20 패널은 해마다 150억 달러(207100억 원)이 전 세계 팬데믹 예방 투자의 절대 최소 금액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총 요청액은 340억 달러(469500억 원)에 이르거나 5년간 1710억 달러(2361100조 원)에 이른다고 벨 박사는 설명했다.

WHO가 팬데믹 가능성 때문에 긴급 연구개발 대상으로 확인한 9가지 질병 중 7개는 역사상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뿐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벨 박사는 "코로나192009H1N1을 빼면 2000년에서 2020년 사이 모든 발병의 총 피해는 26000명이 안 된다""코로나19는 추세를 보여주기보다는 특이한 경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벨 박사는 지난해 5월 보고서에서 팬데믹 대비 지출이 세계 해외개발원조의 건강 분야 지출의 55%까지 이를 수 있어 "큰 영향을 주는" 투자에서 자원을 빼앗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남아프리카 스텔렌보스 대학 전염병 대응혁신센터를 이끄는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바이러스 전문가는 4월 팟캐스트에서 "미국은 국내총생산(GDP)1% 안 되는 돈을 세계 공중보건에 내고 있으며, 팬데믹 때문에 해마다 1%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H5N1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포함한 독감 아형 백신 개발을 위해 모더나와 맺은 7억 달러(9660억 원) 이상의 계약을 취소했다. 앤드류 닉슨 보건복지부 홍보국장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mRNA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으며, 대중에게 정당한 안전 우려를 감춘 지난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는 데 국민 세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 이익 중심 자금조달 vs 지역 보건체계 키우기

브뤼셀자유대학교 보건정책체계연구센터장 엘리자베스 폴 교수는 "WHO가 회원국의 보건체계 성과 개선을 지원하는 규범 기관에서 기부자 우선순위를 실행하는 기관으로 바뀌었다""제약업계를 비롯한 기업 영향력 때문에 이해충돌이 있다"고 지적했다.

WHO의 자금조달 구조를 보면, 2024-2025년 빌 게이츠 재단이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전체 기부자가 됐으며, 지정 자발 기부금에서는 가장 많이 낸 곳이 됐다. 이어 GAVI 백신연합과 미국이 뒤를 이었다. 미국이 WHO 예산의 40%를 맡는 가운데, 중국은 최근 앞으로 5년간 5억 달러(6900억 원)의 자발 기금을 약속했다.

벨 박사는 "40-50년 전에는 지역사회 통제가 강조되고 영양, 위생, 살림살이 같은 건강의 기본 동력에 중점을 둔 가로지르기 바탕 의료가 전체로 강조됐다""이제는 점점 중앙집권화된 관료제에 의해 세로로 통제되는 백신 같은 상품 바탕 질병 대응에 집중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폴 교수는 "팬데믹 예방 안에서 백신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코로나19에서 보듯 백신을 위한 예산은 엄청났지만, 보건체계 키우기나 치료에는 거의 투자가 없었다. 백신이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가 있으며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일종의 신화가 있다"고 비판했다.

모하메드 라민 드라메 공중보건체계 정책 전문가는 "사업들이 항상 함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보통 획일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온다. 2년 안에 우리의 지표에 닿아야 한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아이들의 90% 예방접종 목표는 이룰 수 있지만, 그간 말라리아나 설사, 숨쉬기 질환에 대한 서비스 제공은 없어서 결국 말라리아로 죽게 된다"고 지적했다.

WHO를 보면 결핵, HIV, 말라리아 같은 '가난과 소외의 질병'이 여전히 해마다 200만 명 넘게 목숨을 앗아가고 있으며, 지난해 결핵은 코로나19를 넘어서는 주요 전염병 사망 원인이 됐다. 세계 백신 시장은 프리시던스 리서치 전망을 보면 20259197000만 달러(1269700억 원)에서 20341614억 달러(2228200억 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달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GAVI가 백신 안전성을 소홀히 하고 WHO와 손잡고 팬데믹 기간 동안 반대 의견을 막았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2001년 이후 준 80억 달러(11조 원)GAVI가 제대로 설명할 때까지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기아 위기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식량계획(WFP)64%의 기록 부족을 보고했다.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를 위한 범세계 기금도 만성 자금 부족에 시달렸고 관리 부실과 사기 혐의로 비난을 받고 있다.

폴 교수는 미국의 후퇴가 단기적으로는 WHO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나라들에는 좋지 않겠지만, WHO가 제네바 본부와 지역 사무소의 직원 충원을 포함해 해고를 없애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의 감원은 이미 상황을 나아지게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드라메 박사는 미군 철수가 "아프리카 나라들이 국내 공중보건 기금을 늘리고 외교에 집중하며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라며 "아프리카 대륙 밖에 사는 아프리카인들이 해마다 950억 달러(1311500억 원)을 본국으로 보내는데, 이 중 1-2%만으로도 나라 보건체계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