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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트럼프 전기차 '때리기'에도 5조 원 美 공장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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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트럼프 전기차 '때리기'에도 5조 원 美 공장 가동

"전기차 보조금 폐지 10일 만에 캔자스 30GWh 공장 완공"
일본 배터리 제조업체 파나소닉이 2022년 11월에 시작된 수년간의 공사 끝에 캔자스에 기가팩토리를 가동한다. 사진=파나소닉 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배터리 제조업체 파나소닉이 2022년 11월에 시작된 수년간의 공사 끝에 캔자스에 기가팩토리를 가동한다. 사진=파나소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세액공제를 없애며 전기차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일본 파나소닉이 40억 달러(55300억 원) 규모의 미국 배터리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fDi 인텔리전스가 지난 14(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캔자스주 데소토에 30GWh(기가와트시) 생산 능력의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다입니다.

파나소닉의 이번 공장 가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전기차 구매자에게 주던 최대 7500달러(1000만 원)의 세액공제를 오는 9월부터 없앤다고 발표한 지 불과 10일 만에 이루어져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전기차 의무화를 없애 우리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새 공장은 1992년 생산이 중단된 옛 탄약 공장 터에 세워졌으며, 파나소닉은 이를 통해 전세계 배터리 생산 능력을 6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산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대부분 현재 파나소닉 배터리의 주요 구매처인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생산업체들의 요구를 맞추는 데 쓰일 예정이다.

미국 배터리 프로젝트 대부분 지연...파나소닉만 예외


파나소닉의 데소토 공장은 현재 미국에서 생산 단계에 이른 드문 배터리 시설 중 하나다. 컨설팅업체 CRU가 추적한 53개의 미국 배터리 프로젝트 중 현재 가동 중인 것은 14개뿐이며, 파나소닉의 새 공장이 15번째가 된다. 나머지 프로젝트들은 계획이나 건설 중이거나 중단하거나 취소했다.

릭 워커 데소토 시장은 "우리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약간 더 약한 전기차 수요를 보고 있다"면서도 "전기차 시장에는 여전히 상당한 성장이 있으며, 그들이 생산할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전체 능력으로 운영할 계획인 4000명 직원 중 약 4분의 1부터 시작한다.

미국 시장에 대한 믿음을 보였지만 회사는 당초 예상보다 적은 인력으로 출발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캔자스 당국은 2022년 이 프로젝트를 끌어들이려고 총 127000만 달러(17500억 원)의 혜택 꾸러미를 내놓았다. 보조금 추적기관 굿잡스퍼스트에 따르면 이 계약에는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이나 임금 요구사항은 들어있지 않았지만 최소 10억 달러(13800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 SK·포드는 프로젝트 연기...미국 배터리공장 53개 중 15개만 가동


트럼프의 전기차 정책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바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SK온과 미국 포드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58억 달러(8조 원) 규모의 블루오벌 SK(보스크) 배터리 파크 개발이 늦춰지고 있다. 보스크 1의 생산은 올해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미뤄진 상태이며, 보스크 2는 아직 건설 중이다.

중국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인이 소유하고 일본에 본사를 둔 오토모티브 에너지 서플라이는 지난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에 있는 30GWh 배터리공장 건설을 "정책과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잠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미 시설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상태다.

중국 고션도 법 분쟁과 지역 반발, 정치 반대로 미시간주에 계획된 24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공사를 늦췄다.

디디 콜드웰 글로벌 로케이션 스트래티지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 부문이 지난 몇 해 동안 끓는 온도에서 시든 온도로 바뀌었다""지난 몇 달 동안 이어진 관세 불확실성이 모든 것을 얼음 위에 올려놓았다"고 분석했다.

벤치마크 인텔리전스 분석가들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팔리는 전기차가 지난해 9월 예상치보다 45%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산드린 르바쇠르는 최근 아시아와 세계 경제 저널에 쓴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국제 긴장은 외국 기업들에게 추가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