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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충전 대란'에 발목…수소차 미라이 집단소송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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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충전 대란'에 발목…수소차 미라이 집단소송에 직면

캘리포니아 충전소 50곳 불과..."사실상 운행 불가" 소비자 기만 주장
연료비 3배 폭등·중고가 90%↓…"차는 멈춰도 할부금은 1100달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소유주들이 충전 인프라 부족과 허위 광고를 이유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충전소 부족으로 차량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유주들은 고액의 할부금과 3배나 폭등한 연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토요타 수소차 '미라이' 소유주들이 충전 인프라 부족과 허위 광고를 이유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충전소 부족으로 차량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소유주들은 고액의 할부금과 3배나 폭등한 연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래 친환경차로 주목받던 토요타의 수소차 '미라이'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집단 소송에 직면했다고 팍티(fakti)가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라이 소유주 수백 명은 제조사인 토요타가 수소 충전 기반 시설(인프라)의 현실을 부풀려 소비자를 속였다며 토요타와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토요타가 사기 은닉, 허위·과장 광고를 했을 뿐 아니라, 연방과 주의 소비자 보호법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소송의 핵심은 심각한 충전 기반 시설 부족 문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수소차 지원 사업을 축소하면서, 운전자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충전소를 찾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운영되는 충전소는 24~50곳에 그치며, 이마저도 잦은 보수와 연료 공급 중단 때문에 차량이 '사실상 운행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소유주들은 주장한다. 이는 몇 년 전 주정부가 수천만 달러를 들여 넓은 충전망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토요타·현대·혼다 같은 주요 제조사들이 수소차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캘리포니아의 2025년 충전소 목표치인 200개는커녕, 87곳 확보도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기반 시설 붕괴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 멈춰선 자동차, 불어나는 빚과 유지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소송에 참여한 한 원고는 "2022년 7월 7만5000달러(약 1억422만 원)에 미라이를 샀지만, 충전소를 찾지 못해 차를 오래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차는 멈춰있지만, 매달 1100달러(약 153만 원)에 이르는 할부금은 꼬박꼬박 내야 한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고 미라이 가격은 90% 가까이 폭락해 재산상 큰 손실을 봤다. 일부 소유주는 차량을 '비운행 차량'으로 등록하기까지 했다.

치솟는 연료비 또한 소유주들의 분노를 키웠다. 과거 70달러(약 9만7272원) 수준이던 완전 충전 비용이 최근 200달러(약 27만7920원) 가까이 치솟았다. 이 때문에 토요타 미라이는 휘발유차나 전기차와 비교해도 경제성을 완전히 잃었다. 소유주들은 충전소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물론, 잦은 고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라고 말한다. 토요타 측이 단기 렌터카 제공 같은 임시방편을 내놨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불만이 크다.

◇ '수소차 시대' 지속 가능성 도마에


이번 집단 소송은 캘리포니아 수소 이동 수단(모빌리티)의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미라이 때문에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았다(Mirai Left Me Dry)"는 구호까지 나올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 소유주들은 토요타에 명확한 손해 배상과 보증 의무 재검토를 요구하지만, 회사는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아가 '미래의 운송수단'을 내세우던 수소차 대중화에 제동이 걸리고, 현대·혼다 같은 경쟁사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미라이 사태는 신기술 도입 초기에 지원 기반 시설 부족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았다. 앞으로 수소차의 미래는 물론, 새로운 친환경 이동 수단과 관련한 소비자 인식과 기업 전략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